[호주아시안컵] 슈틸리케가 한국어로 어렵게 준비한 말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

입력 2015-01-31 23:26
아시아축구연맹(AFC) 유튜브 채널 화면촬영

울리 슈틸리케(61·독일) 축구대표팀 감독은 우리말로 어렵게 입을 열었다. 영어로 먼저 “마음속에서 깊이 우러나 한국어로 준비한 말이 있다”고 알리면서 우리말을 천천히 읊었다.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 우리 선수들을 자랑스러워해도 됩니다.”

슈틸리케 감독은 31일 시드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 호주아시안컵 결승전에서 아쉽게 우승을 놓쳤지만 선수들을 향한 국민적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경기를 마치고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우승을 놓쳤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승컵을 갖고 귀국하지 않을 뿐이다. 우리 선수들이 잘 싸웠다는 연락을 많이 받았다. 누가 이겨도 이상하지 않은 경기였다”고 말했다.

지금까지와는 사뭇 다르게 선수들을 감싸고 따뜻하게 격려한 발언이었다. 상대적 약체인 쿠웨이트를 1대 0으로 겨우 제압한 뒤 “우리는 더 이상 우승후보가 아니다”라고 선언했던 조별리그 A조 2차전 기자회견과는 대조적이었다. 특유의 화술은 이번에도 빛을 발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호주와 2년씩 우승컵을 나눠 보유하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우리나라는 결승전에서 개최국 호주에 1대 2로 석패했다. 조별리그 A조 1차전부터 토너먼트 4강전까지 무실점 전승을 질주했지만 우승의 마지막 문턱을 넘지 못하고 아쉽게 무릎을 꿇었다. 통산 네 번째 준우승이다. 호주는 2006년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회원국으로 가입하고 10년째를 맞아 개최한 아시안컵에서 시상대 최상단에 올랐다.

슈틸리케 감독은 그러나 27년 만에 우리나라를 결승으로 이끌면서 가능성을 확인했다. 그는 “우리는 미래를 향해 잘 나가고 있다. 주전 11명만으로 힘을 내는 팀이 아니다. 비주전을 포함한 모든 선수들이 힘을 합쳐 결실을 만들었다. 가장 큰 결실은 모두가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대표팀은 호주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내고 2월 1일 서울로 이동한다. 일부 선수들은 시드니에서 곧바로 소속팀의 연고지로 향한다. 기자회견에 앞서 선수들을 만나지 못한 슈틸리케 감독은 “선수들에게 축하한다고 밖에는 할 말이 없다”고 미리 인사를 건넸다.

슈틸리케 감독은 “우리는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 그 옳은 방향으로 계속 가야 한다. 오늘도 옳은 방향으로 갔다. 이번 아시안컵에서 최고의 경기를 보여줬다. 지금과 같은 정신을 잘 이어가야 한다”고 선수들에게 주문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