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틸리케 매직’도 잃어버린 55년의 세월을 되돌리진 못했다. 잃어버린 세월은 이제 59년으로 넘어갔다. 우리나라가 2015 호주아시안컵에서 준우승했다.
울리 슈틸리케(61·독일) 감독이 이끄는 우리나라 축구대표팀은 31일 시드니 스타디움에서 열린 결승전에서 개최국 호주에 1대 2로 석패했다. 조별리그 A조 1차전부터 토너먼트 4강전까지 무실점 전승을 질주했지만 우승의 마지막 문턱을 넘지 못하고 아쉽게 무릎을 꿇었다. 통산 네 번째 준우승이다. 호주는 2006년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회원국으로 가입하고 10년째를 맞아 개최한 아시안컵에서 시상대 최상단에 올랐다.
우리나라는 원년 우승국이다. 1956년 홍콩 대회에서 아시안컵의 첫 번째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개최국으로 출전한 1960년 대회에서 타이틀을 지켜 아시아의 강호로 도약했다. 자타가 공인하는 ‘아시아의 호랑이’였다. 그러나 1970~1980년대 중동의 ‘모래바람’과 1990~2000년대 일본의 급성장에 밀려 55년간 정상을 탈환하지 못했다.
1988년 카타르 대회에서 결승 진출에 성공했지만 사우디아라비아에 승부차기로 밀려 분루를 삼켰다. 결승 무대를 다시 밟을 때까지는 27년의 세월이 흘렀다. 1986 멕시코월드컵부터 단 한 번도 본선 진출권을 놓치지 않았지만 아시안컵에서는 토너먼트 라운드에서 번번이 미끄러져 타이틀을 놓쳤다. ‘아시아의 이빨 빠진 호랑이’라는 조롱이 나왔던 이유다.
하지만 이번 아시안컵에서는 달랐다. 슈틸리케 감독은 4강전까지 무실점 전승을 지휘하면서 우승에 대한 기대감을 어느 때보다 높였다. 한 경기의 화려한 ‘골 러시’보다 차분하게 승리를 지키면서 다음 상대를 준비하는 실용적인 전술과 공격수 조영철(26·카타르 SC), 이정협(24·상주 상무), 남태희(24·레퀴야), ‘슈퍼 세이브’ 골키퍼 김진현(28·세레소 오사카), 베테랑 수비수 차두리(35·서울) 등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부름을 받지 못했던 선수들을 대거 차출한 안목은 슈틸리케 감독의 강점이었다.
기자회견장에서 “우리는 더 이상 우승후보가 아니다”라고 선언한 화법이나 수비형 미드필더 박주호(28·마인츠), 수비수 곽태휘(34·알 힐랄)를 전방으로 끌어올려 공격에 활용한 전술의 파격도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것들이었다.
이런 ‘슈틸리케 매직’도 반세기를 넘긴 무관(無冠)의 두꺼운 벽을 뚫지는 못했다. 조별리그 3차전에서 1대 0으로 제압했던 호주와 다시 만난 결승전에서 두 시간 넘는 혈투를 벌였지만 연장 전반 추가시간 1분 상대 미드필더 제임스 트로이시(27·쥘터 바레험)에게 내준 결승골을 만회하지 못했다. 패배의 암운을 드리운 정규시간 후반 추가시간 1분 손흥민(23·레버쿠젠)의 극적인 동점골로 상승세를 탔지만 연장전으로 끌고 가진 못했다.
우리나라가 다시 정상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이란과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이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는 2019년 대회까지 기다려야 한다. 앞으로 4년 남았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호주아시안컵 Day23] 이제 ‘잃어버린 59년’으로… 슈틸리케 감독도 못한 걸 누가?
입력 2015-01-31 2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