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아시안컵 Day22] “슈틸리케 감독님, 우리는 이제 우승후보입니까?”

입력 2015-01-30 17:51
아시아축구연맹(AFC) 유튜브 채널 화면촬영

“우리는 더 이상 우승후보가 아니다.”

울리 슈틸리케(61·독일) 축구대표팀 감독은 2015 호주아시안컵 조별리그 A조 2차전을 마치고 우승후보 자격상실을 선언했다. 쿠웨이트를 1대 0으로 물리친 지난 13일 호주 캔버라 스타디움에서였다. 8강 진출을 확정했지만 상대적 약체인 오만, 쿠웨이트와의 1~2차전에서 대량 득점에 실패하자 슈틸리케 감독은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던 듯 우승후보 자격을 스스로 내려놓고 말았다.

충격은 작지 않았다. 선수들에게 긴장감을 주기 위한 발언이라고 하기에는 스스로 선언한 우승후보 자격상실의 파장은 컸다. 2014 브라질월드컵의 졸전으로 표류하고 있었던 우리나라는 이번 아시안컵에서 자존심 회복을 노리고 있었다. 마지막 결승 진출은 27년, 마지막 우승은 55년 전이었다. ‘아시아의 이빨 빠진 호랑이’로 전락한 우리나라였다.

우승 포기 선언으로까지 확대 해석된 슈틸리케 감독의 발언에 언론과 여론은 들끓었다. 우리나라 언론은 물론 외신까지 슈틸리케 감독의 발언을 연일 헤드라인으로 뽑았다. 하지만 상황은 뒤집어졌다. 개최국 호주까지 1대 0으로 무릎 꿇린 우리나라는 토너먼트 라운드에서 결승전 직전까지 모든 경기를 2대 0으로 승리했다. 무실점 전승으로 결승전까지 질주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그러나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 이라크와의 4강전을 하루 앞둔 지난 25일 시드니 스타디움에서 “우리가 우승할 저력은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우승도 4강전을 이겨야 실현할 수 있다”며 입장을 살짝 비틀었다. 이 마저도 우승을 호언하기보단 4강전에서 이겨야 한다고 선수들을 독려한 발언이었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결승전을 하루 앞두고 입장을 뒤집었다. 30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공식 기자회견에서 ‘한국이 반세기 넘도록 우승하지 못했다’는 질문을 받고 우승을 말했다. 그는 “어려운 부분이 없을 것이다. 우리 선수들은 좋은 교육을 받았고 프로다운 자질을 언제나 보여주고 있다. 8만명의 안방 관중 앞에서 얼마나 침착할 수 있는가 하는 변수만 제어하면 우리는 충분히 우승할 수 있다”고 했다.

“우리는 더 이상 우승후보가 아니다”라고 말한 지 17일 만에 가장 확실하게 밝힌 우승 목표였다. 슈틸리케 감독은 그러나 경계심을 늦추지는 않았다. 그는 “어려운 경기가 될 것이다. 조별리그 3차전에서 만났던 호주와 전혀 다른 호주를 만날 것이라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다”며 “우리에겐 젊고 경험이 부족한 선수가 많다. 선수들이 내일 어떻게 경기할지 알 수 없다. 부담감이 가장 큰 변수”라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