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승무원 “조현아 '이X 저X' 욕한 건 사실, 너무 무서웠다”

입력 2015-01-30 16:45 수정 2015-01-30 16:57

‘땅콩 회항’ 사건의 피해자인 대한항공 여승무원 김모씨는 30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이X, 저X”이라고 욕한 사실을 인정하며 “너무 무섭고 불안했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 서부지방법원에서 진행된 2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씨는 검찰 심문과정에서 사건 당시 조 전 부사장이 욕을 한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또 “조현아 전 부사장의 사과를 받을 생각이 없었고 그를 피해 4일 동안 집에도 못 갔다. 너무 무섭고 불안해 박창진 사무장에게 전화를 하고 조언을 구했지만, 박창진 사무장은 TV에서 내가 교수직을 제안받고 위증을 했다고 주장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김씨는 "어머니를 통해 교수직을 제안받았지만 응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사건이 발생한 후 김씨가 모습을 드러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씨는 지난달 5일(미국 현지시간) 대한항공 KE086편 일등석에서 박창진 사무장과 함께 조 전 부사장으로부터 견과류 서비스와 관련해 폭언과 폭행을 당한 피해자다.

검은 옷차림으로 법정에 선 그는 증인신문이 진행되는 내내 감정에 북받친 듯 깊은 한숨과 함께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지난달 중순께 회사 관계자가 모친에게 전화를 걸어 조 전 부사장이 직접 집으로 찾아와 사과하고 싶다고 했다"며 "그때 어머니에게 '사과에 협조해준다면 교수직의 기회가 있지 않겠느냐'고 얘기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신문 후 '어머니를 통해 교수직 제안받았는데 응하지 않았다는 것인가'라는 재판부의 질문에도 "나와 내 어머니는 진정성 없는 사과를 받을 생각이 전혀 없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김씨는 또 "나는 어떠한 회유에도 넘어가지 않았고 검찰에서 위증한 적이 없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며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은 알지만 내 명예라도 회복하고 싶다"며 흐느꼈다.

이날 증인 신문이 끝난 뒤 '김씨에게 할 말이 있으면 하라'는 재판부의 말에 조 전 부사장은 김씨와 눈을 마주치지 않은 채 고개를 푹 숙이고 "본인께 이 자리를 빌어 진심 어린 사과를 드린다"고 짧게 말했다.

이날 증인자격으로 법원에 출석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박창진 사무장이 인사에서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명희 선임기자 mh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