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관광체육부가 뒤숭숭하다. 김희범 1차관이 돌연 사의를 표명해 그 배경을 두고 말이 많다. 지난해 유진룡 전 장관의 갑작스런 면직과 그의 청와대 인사 개입 발언 파문으로 홍역을 치른 지 얼마 되지 않은 만큼 직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김 1차관은 30일 사임의 글을 언론에 배포했다. 그는 “저는 이제 문체부 제1차관 직을 사임하고자 합니다.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들을 모시고 대통령님과 더불어 문화융성을 위한 과업에 동참할 수 있었음을 큰 영광으로 생각합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다만 제 개인적인 역량의 부족으로 인해 소임을 다하지 못한 것에 대해 책임을 통감합니다. 다시 한번 국민 여러분들께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저는 사표가 수리되는 순간까지 맡은 바 업무에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라고 덧붙였다.
국내 공보 및 해외홍보 업무로 잔뼈가 굵은 관료 출신인 김 1차관은 미국 애틀랜타총영사를 지내다 지난해 7월 1차관에 임명돼 당시 장관 부재 상황에서 장관 권한대행을 맡는 등 6개월째 무리 없이 업무를 수행해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 그가 6개월 만에 갑자기 사표를 낸 것을 두고 억측이 난무하고 있다. 김종덕 장관은 홍익대, 김종 2차관은 한양대 교수 출신이어서 정통 관료인 김 1차관이 외부에서 온 이들 장·차관과 갈등을 빚었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영화진흥위원회와 콘텐츠진흥원 등 문체부 산하기관장이 장관과 2차관 학맥으로 채워지는 것에 회의를 느끼고, 향후 개각에서 신상에 변동이 있을 것이라는 소식을 접하고 미리 사표를 냈다는 분석도 있다.
한 관계자는 “법안 처리 등 업무적인 문제로 김 장관과 갈등을 빚었고 장관이 직접 ‘사표를 쓰라’고 지시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 장관 취임 후인 지난해 10월에도 문체부 내에선 1급 공무원들이 일괄 사표를 제출했으며 이 가운데 3명이 옷을 벗었다.
지난해 문체부 조직개편 때 관광·레저 분야가 2차관 산하로 넘어가면서 1차관 영역이 상당히 위축된 것이 김 1차관이 사임 의지를 굳히게 했다는 지적도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도 하락 등이 중앙부처 대변인 역할을 김 1차관의 거취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김 1차관은 국정홍보처 정책홍보관리실장으로 있던 2008년 1월 3일 이명박 대통령 인수위원회 위원들에게 ‘취재 지원 선진화 방안’을 보고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영혼 없는 공무원들”이라고 말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
문체부, 왜 이러나… 김희범 1차관 사의
입력 2015-01-30 1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