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외교부는 러시아 장거리 폭격기 2대가 잉글랜드 남부 영공을 근접 비행한 것과 관련, 29일(현지시간) 러시아 대사를 불러 해명을 요구했다.
영국 외교부는 성명에서 "러시아 항공기들이 영공에 들어오지 않고 영국의 이익 공역에 머물며 영국 공군 타이푼 전투기들의 에스코트(경고비행)를 받았지만 민항에 차질을 초래했다"면서 "러시아 대사를 불러 해명을 요구한 것은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영국 국방부는 28일 영국해협 상공을 비행한 러시아 폭격기는 투폴레프 TU-95라고 밝혔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서는 이 폭격기를 '베어(bear)'라는 이름으로 분류한다.
영국 정부의 한 소식통은 러시아 군용기들의 근접비행은 지금까지는 대체로 스코틀랜드 부근으로 한정돼 있었고 이번처럼 남쪽으로 내려온 적은 없었다면서 러시아측 전략에 변화가 있음을 가리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영국 당국이 러시아 폭격기들의 출현으로 민항기 항로를 황급히 변경해야 했다면서 "러시아 항공기들이 트랜스폰더를 꺼놓아 군용 레이더에서만 식별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영국 국방부에 따르면 러시아 항공기들의 근접비행은 한 달에 한 번 꼴로 벌어지고 있다. 필립 해먼드 영국 외교장관은 작년 12월 러시아 군용기들의 "극도로 공격적인" 영공 정탐에 우려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러시아 해군 군함 4척이 영국해협을 통과해 영국 국방부가 신경을 곤두세우기도 했다.
영국 정부는 러시아 군용기들이 잦은 근접비행은 러시아가 여전히 군사대국임을 확인시키려는 상징적 무력 과시로 보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 폭격기들이 민항기 왕래가 잦은 영국해협 상공을 비행한 것은 충돌 가능성 때문에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편 지난해 나토가 근접 비행하는 러시아 군용기를 요격한 회수는 100건을 넘고 있다. 이는 2013년보다 3배나 늘어난 것으로,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선 서방과 러시아간 긴장이 고조되는 것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임세정 기자
영국- 러시아, 러 폭격기 영공 근접비행 신경전
입력 2015-01-30 14: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