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회고록서 남북관계 비화, 전작권 전환 연기 제의 등 공개

입력 2015-01-29 20:42

이명박 전 대통령은 29일 공개된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에서 “2010년 12월 5일 북측 인사가 비밀리에 서울에 들어왔다”면서 “2011년 초 미국과 중국으로부터 그들이 공개 처형됐다는 놀라운 이야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이 전 대통령은 남북관계뿐 아니라 전시작전권 전환 연기 등에 대한 비사(秘史)도 털어놨다.

◇서울 방문했던 북측 인사 공개 처형=이 전 대통령은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이후 대좌(우리의 대령) 1명, 상좌(대령과 중령 사이) 1명, 통신원 2명을 대동하고 서울을 비밀 방문했던 북측 인사의 처형 이유를 공개했다.

“한국에 기밀을 누설했다” “대통령 면담을 요청했다 실패했는데, 즉각 평양으로 돌아오지 않고 하루 더 머물러 김정일 위원장이 크게 화를 냈다”는 보고를 이 전 대통령이 받았다는 것이다. 권력 세습을 준비하던 김정은 측과 군부에 의해 제거됐다는 얘기도 들려왔다고 했다. 회고록에서 북측 인사 이름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2011년 초 총살당한 ‘미스터 X’ 류경 국가안전보위부 부부장으로 추정됐다.

북한은 5차례 이상 남북정상회담을 갖자고 제안했다. 2011년 5월 22일 일본 도쿄에서 한·일·중 정상회의 직후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이 전 대통령에게 ‘아무 조건 없이 만나자’는 내용을 담은 김 위원장의 긴급 전갈을 보내기도 했다.

◇MB, 오바마에게 전작권 전환 연기 제안=이 전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전작권 전환 연기 문제를 검토해 달라고 직접 제안했다. 그는 2010년 4월 13일 핵안보정상회의에서 바로 옆자리에 있던 오바마 대통령에게 “북한의 핵 개발과 천안함 사태로 한반도의 안보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면서 전환 연기를 요청했다. 그러자 오바마 대통령은 “우리 안보팀이 한국과 논의하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면서 “저도 이 대통령 말씀에 공감한다”고 답변했다.

이 전 대통령은 그해 6월 26일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제4차 G20 정상회의 때 오바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전작권 전환 일정을 2015년 12월 1일로 연기키로 합의했다.

◇‘이건희 사면’은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위한 승부수=이 전 대통령은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 사면에 대해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한 승부수였다고 썼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자격으로 IOC 위원들을 설득할 사람이 절실했다는 것이다. 이 전 대통령은 동계올림픽을 유치했을 당시를 떠올리면서 “좀처럼 감정을 내비치지 않던 이 회장의 눈에 눈물이 고이는 것이 보였다”고 적었다. 또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모든 공을 주위로 돌리는 이 회장을 보면서 나는 원포인트 사면으로 그가 그동안 평창 유치에 얼마나 큰 부담을 느끼고 마음고생을 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고 했다.

◇광우병 사태…“노무현, 부시 미 대통령과 이면합의”=이 전 대통령은 임기 초반 광우병 사태와 관련해 취임 직전 노무현 대통령을 청와대에서 만나 쇠고기 협상 문제를 논의했다고 기술했다. 2008년 2월 18일 청와대 관저에서 노 대통령과 만났고 이 자리에서 노 대통령이 한·미 쇠고기 협상을 마무리짓기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약속했다는 점을 시인했다는 것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막바지에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현 새누리당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부시 전 대통령과 전화 통화로 월령 제한 없이 쇠고기를 모두 수입하겠다는 이면합의를 했다”고 이 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