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아시안컵 Day21] “한국? 우승하든 말든 알아서 해”… 일본·중국의 아시안컵은 벌써 끝?

입력 2015-01-29 17:13
2012 런던올림픽 동메달 결정전에서 승리하고 기쁨을 만끽한 우리 선수들과 패배하고 그라운드에 주저앉은 일본 선수가 대조를 이루고 있다. 국민일보 DB

아시아 축구의 패권을 잡고 있는 동아시아에서 2015 호주아시안컵은 이미 끝난 것일까. 우리나라와 호주의 결승전이 남았지만 일본과 중국 등 동아시아 축구팬들의 열기는 식었다. 우리나라를 향한 응원이나 비난도 없이 싸늘하다. 우리나라만 꺼져가는 불씨에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29일 일본 포털사이트 야후 재팬의 뉴스 게시판에서 아시안컵 관련 기사는 대부분 사라졌다. 스포츠뉴스 헤드라인에서 축구는 모두 빠졌다. 스즈키 이치로(41)의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마이애미 말린스 입단이 헤드라인과 많이 본 기사 목록을 대부분 채웠다. 간판 공격수 혼다 게이스케(29·AC 밀란)의 소속팀 복귀나 대표팀 감독의 차기 내정자를 다룬 한두 꼭지만 많이 본 기사 목록의 사이사이에 남았을 뿐이다.

오는 31일 시드니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우리나라와 개최국 호주의 결승전을 분석하거나 현지 소식을 전한 기사는 많이 본 기사 목록에서 전무하다. 축구 섹션에서도 아시안컵 관련 기사는 대부분 하위 배치됐다. 오후 3시30분 현재 축구 섹션의 상위 5건의 헤드라인은 일본 프로축구 J리그나 스페인 코파 델 레이(국왕컵) 관련 기사가 배치됐다. 일본이 8강에서 탈락한 지난 23일 밤과 그 다음 날인 24일 아침과는 확연하게 다른 분위기다.

아시안컵에서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린 일본 축구팬들의 분위기는 게시판을 깊게 파고 들어갈수록 뚜렷하게 나타난다. 관련 기사 게시판에 적힌 네티즌들의 댓글에서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다. “한국이 우승을 하든 말든 알고 싶지 않다” “한국이든 호주든 아무나 우승해도 좋다” “알아서 해도 좋다. 궁금하지 않다”는 댓글이 게시판 곳곳에서 새어나왔다. 일본의 조기 탈락을 자조적으로 비꼬면서 “대표팀이 귀국해서 아시안컵이 벌써 끝난 줄 알았다”는 반응도 있었다.



중국의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인 시나닷컴 베이징판의 첫 화면에서 아시안컵 관련 기사는 모두 빠졌다. 중단에 배치한 스포츠뉴스에는 중국 최고 인기종목인 농구 관련 기사가 대부분이다. 첫 화면에서 아시안컵의 흔적을 찾을 수 있는 공간은 내일의 경기를 소개한 일정표뿐이다. 오는 30일 호주 뉴캐슬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이라크와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3·4위전이 일정표에 짧게 적혀 있다.

동아시아는 중동, 중앙아시아, 동남아시아, 오세아니아(호주)로 권역을 나눌 수 있는 아시아축구연맹(AFC)에서 패권을 잡고 있다. 아시아에 주어진 월드컵 본선 출전권 4.5장 가운데 2장은 우리나라와 일본이 최근 20년간 독점적으로 확보했다. 북한은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 중국은 2002 한일월드컵에서 다른 1장의 본선 출전권을 손에 넣었다. 나머지 권역이 최근 20년간 한두 장 남은 본선 출전권을 놓고 싸운 셈이다.

일본의 경우 이번 아시안컵에서 이미 탈락했지만 우승국을 가리지 않은 지금까지는 ‘디펜딩 챔피언’이다. 우리나라가 결승전에서 승리할 경우 동아시아의 패권을 지킬 수 있다. 패배할 경우에는 아시안컵 사상 처음으로 패권이 오세아니아에 넘어간다. 그러나 일본과 중국이 이번 아시안컵에서 빠르게 낙오하면서 동아시아 전반의 열기는 싸늘하게 돌변했다. 이라크와 UAE의 3·4위전을 앞두고 SNS 타임라인을 아랍어로 가득 채운 중동 축구팬들의 분위기와는 대조적이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