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천외한 종목으로 불법 도박판 벌인 일당 무더기 검거

입력 2015-01-29 21:18

아이 셋을 둔 평범한 가장은 한 순간에 무너졌다. 국내 모 중공업 회사에 다니는 A씨는 지난해 4월 불법 스포츠 도박사이트를 홍보하는 인터넷 댓글을 보고 호기심에 들어갔다. 공식 스포츠토토 사이트와는 조금 달랐다. 국내 야구·축구 경기 외에 러시아 아이스하키, 이집트 축구, 스타크래프트 등 기상천외한 종목이 많았다. 베팅할 수 있는 팀도 ‘사다리 게임’으로 무작위 선택했다. 온전히 우연에 승부를 건다는 점에서 스릴이 넘쳤다. 베팅 횟수도 제한이 없었다.

그렇게 도박에 빠져들면서 A씨는 7개월 만에 8000만원을 탕진했다. 사채에도 손을 댔다. 가정은 파탄에 이르렀다.

서울남부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이형택)는 350억대 불법 스포츠 도박사이트를 운영한 혐의(국민체육진흥법 위반)로 총책 김모(39)씨 등 6명을 입건하고 3명을 구속, 나머지 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29일 밝혔다. 검찰은 이들에게 은행계좌를 빌려준 김모(29)씨 등 11명도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고향 지인 사이인 김씨 등은 2012년 2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필리핀에 본거지를 두고 불법 스포츠 도박사이트를 운영했다. 검찰이 확인한 규모만 350억에 이른다. 추천된 회원만 사이트에 가입할 수 있는 다단계 방식으로 이용자들을 모집했다.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도메인 주소는 3개월마다 바꿨다. 주요 고객들은 A씨처럼 평범한 회사원이나 학원 강사, 스포츠 트레이너 등이었다. 검찰은 불법 수익을 전액 추징하고 자금 흐름을 추적해 은닉 재산도 철저히 환수할 방침이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