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수사 은폐 의혹’ 김용판 상고심서 무죄… 대법원 “선거운동 아니다”

입력 2015-01-29 17:32

2012년 대선 직전 ‘국가정보원 댓글 활동’에 대한 경찰 수사를 축소·은폐한 혐의로 기소된 김용판(57)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의 무죄가 확정됐다. 1·2심 법원에 이어 대법원도 “김 전 청장의 행위를 선거운동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사건 발생 이후 2년 이상을 끌어온 이번 사건은 ‘의혹’은 무성했지만 법적으로는 ‘책임 없음’으로 최종 마무리됐다.

대법원 2부(주심 신영철 대법관)는 29일 공직선거법 및 경찰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김 전 청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김 전 청장이 특정 후보자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려는 의도로 여러 지시를 했다는 검찰의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입증됐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김 전 청장은 2012년 12월 대선 직전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이 제기돼 서울 수서경찰서에서 수사가 시작되자 사건을 축소·은폐하도록 지시하고, 대선 관련 댓글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중간수사결과 발표를 하도록 외압을 행사한 혐의로 기소됐다.

대법원은 김 전 청장의 행위에 목적의지가 있었는지에 방점을 뒀다. 공직선거법이 금지하고 있는 공무원의 선거운동은 ‘특정 후보자의 당선 또는 낙선을 도모한다는 목적의사’가 수반돼야 하며, 목적의사는 객관적으로 인정될 수 있을 정도로 능동적·계획적이어야 한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설령 김 전 청장 행위의 결과가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 하더라도 객관적인 목적의사가 없다면 선거운동으로 볼 수 없다는 설명이다.

이는 앞선 1·2심 재판부의 판단과 동일하다. 경찰의 중간수사발표가 당시 박근혜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했을 가능성이 많다는 것은 1·2심 재판부도 인정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실체를 은폐하고 의혹을 해소하려는 의도나 허위 발표를 지시하려는 의사 등은 없었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 역시 “능동적·계획적으로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 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유력한 증거로 제시됐던 권은희(41·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당시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의 진술은 법원에서 인정되지 않았다. 권 의원은 앞서 검찰 조사에서 “김 전 청장이 압수수색영장 신청을 하지 말 것을 지시하는 등 부당하게 수사에 개입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법정에 나온 수서서장 등 다른 경찰관들은 “영장신청은 요건이 갖춰지지 않아 보류 지시를 내렸던 것”이라며 권 의원의 진술과 배치되는 증언을 내놨다. 결국 1·2심 재판부는 “다른 경찰관들의 진술과 배치되는 권 의원의 진술은 믿을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대법원 또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김 전 청장은 선고 직후 “누가 진실과 거짓을 말했는지 조만간 책을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