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창 사회생활을 해야 할 20대 청년이 핼쑥해진 얼굴로 필자의 진료실을 방문했다. 그 환자는 1년 전부터 시작된 잦은 설사와 복통으로 인해 장염으로 생각하며 불규칙적으로 치료를 해오다 증상이 악화됐다고 했고, 정확한 진단을 위해 대장내시경과 혈액검사 후 크론병으로 진단이 됐다. 청년과 같이 조기에 크론병이 진단되지 못해 짧지 않은 기간 동안 고통스러웠을 환자를 만날 때마다 의료진 입장에서 안타까움을 감출 수 없다.
몇 해전, 가수 윤종신씨가 투병 중이라고 고백해 화제가 되었던 크론병은 초기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여전히 단순한 장 질환으로 오인하여 치료하다가 상태가 악화된 후에나 병원을 찾는 경우가 잦다. 또한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크론병 환자들이 약 30%가 증가하고 있어 무엇보다 조기 진단 및 적절한 치료를 통해 염증을 조절하는 것이 중요함을 보여준다.
크론병은 장뿐만 아니라 입에서부터 항문까지 연결된 소화관 어디에서나 산발적으로 염증을 유발, 다양한 증상을 야기하는 만성 염증성 장질환이다. 대게 비교적 젊은 15∼35세의 젊은 연령에서 주로 발병된다는 것이 중요한 점이며 주요 증상에는 복통과 설사가 있으며 증상이 심해질수록 장의 흡수능력이 저하되어 영양결핍과 체중저하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불행하게도 아직 완치가 어려운 병이며 평생 관리 및 치료받아야 하는 질환이고 장의 염증외에도 피부, 관절, 눈에도 염증이 동반될 수 있으므로 전문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크론병에 있어서는 완치라는 말 대신에 관해라는 용어를 쓰곤 한다. 치료로 증상이 호전되거나 사라지더라도 다시 또 재발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방치했거나 재발 시에는 출혈, 농양, 장폐쇄, 협착, 천공 등의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할 위험이 있으므로 꾸준한 약물 치료와 관리가 필요한 만성 질환이다.
완치가 어렵다고 하지만 크론병은 조기에 올바른 진단을 받고 적절한 치료를 시행한다면 충분히 정상적인 생활을 유지하는데 문제가 없다. 크론병의 치료는 발병 초기에는 염증을 조절하기 위해 항염증제와 스테로이드 제제를 주로 사용하게 되는데, 이러한 치료로 증상이 완화되지 않으면 면역억제제나 생물학적 제제 등의 약제를 사용한다. 크론병 환자의 초기에는 염증이 주된 문제이지만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을 시는 장협착, 누공 등의 합병증 발병이 빈번하기 때문에 조기 진단과 적절한 치료가 중요하다.
다행히 최근에는 효과가 우수한 다양한 약제가 개발되어 질환을 만성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치료 수준까지 왔다. 특히 생물학적 제제는 염증으로 인해 손상된 장 점막을 치료까지 가능하게 해줘 이에 대한 처방도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약물 요법들과 식이 요법 등을 적절히 병행해 꾸준히 관리한다면 크론병 환자들에게 이 질환은 더 이상 극복하기 어려운 병이 아니므로 의료진을 믿고 꾸준히 치료할 것을 권하고 싶다.
아울러 환자들이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물론 공공화장실 양보 등의 사회 구성원들의 배려가 꼭 필요하다고 부탁드리고 싶다. 김태오 해운대백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건강 나침반] 크론병, 조기 진단으로 정상생활 할 수 있다
입력 2015-01-30 07: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