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하원이 25년 전의 독일 통일을 “서독에 의한 비민주적인 방식의 동독 병합”이라며 규탄하는 성명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의 크림 병합에 대한 서방의 비판에 반발하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28일(현지시간) 러시아 타스 통신에 따르면 세르게이 나리슈킨 국가두마(하원) 의장은 이날 국가두마 외무위원회에 1989년에 이뤄진 ‘서독의 동독 병합’을 규탄하는 성명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이는 앞서 공산당 소속 니콜라이 이바노프 의원이 러시아의 크림 병합에 대한 서방의 비판을 규탄하며 서독의 동독 병합에 대한 규탄 성명을 요청한 데 따른 조치다. 이바노프 의원은 “크림과 달리 동독에선 주민투표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은 이에 대해 “난센스”라고 인테르팍스 통신에 말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독일 통일이 무려 25년이나 지났고 비교적 성공작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러시아의 이같은 움직임은 우스꽝스럽다는 느낌을 준다”면서 “그러나 성명을 주도하는 나리슈킨 의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측근이라는 점에서 이번 움직임을 쉽게만 봐서는 안 된다”고 보도했다.
크림 병합은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에서 친서방 정권 교체혁명이 일어나자 이에 반발한 크림 공화국 내 친러시아계 주민들이 주민투표로 러시아 귀속을 결정하면서 이뤄졌다.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의 크림 병합을 냉전 종식 후 정착된 국제질서에 대한 중대 도전으로 규정하고 러시아를 비난해왔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러 하원 ‘서독의 동독 흡수통일’ 규탄 성명 추진… 크림반도 관련 반발인듯
입력 2015-01-29 1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