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간 프로골퍼 허인회 ”장기적으로는 선수생활에 큰 도움될 것”

입력 2015-01-29 15:20

지난 해 11월 일본 미야자키현 피닉스CC에서 열린 던롭 피닉스 토너먼트에서 만난 프로골퍼 허인회(28)는 군 얘기만 나오면 애써 외면했다. 12월 8일 입대를 앞두고 있었지만 “갈 때 가더라도 군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기 싫다”게 이유였다. 입대 전날 스폰서가 주최한 연말 행사에서 그를 다시 만났다. 트레이드 마크였던 노랗고 긴 머리카락을 자른 채 나타난 그는 마지못해 입대한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지난해 일본투어 최저타 신기록을 세운 잘 나가는 프로골퍼인데다, 자동차 사업까지 손댔던 그에게 군대는 ‘청춘과 경력의 단절’을 의미했다.

그로부터 50일 만인 28일 경북 문경의 국군체육부대에서 만난 그는 “허인회가 맞나” 할 정도로 전혀 딴 사람이 돼 있었다. 6주간의 훈련이 끝난 뒤 체육부대에 갓 배치된 그는 군기가 바짝 들어 있었고, 전례 없이 ‘감사와 애국심’을 자주 언급했다.

“저 만큼 자유로운 영혼도 없었을 겁니다. 해외투어를 다니면서 제 자신만 알고, 정체성도 모호했던 적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군사훈련을 받으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의 도움과 희생으로 제가 편하게 선수생활을 했는지 깨닫게 됐습니다.”

그는 훈련을 마친 뒤 아버지와 통화하면서 처음으로 “고맙다”는 말을 하며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훈련소에서도 삶이 고달픈 어린 청춘들이 그렇게 많은 것을 처음 알았다”면서 늘 불평만 했던 자신이 부끄러웠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10월 경북 문경에서 개최되는 제6회 세계군인체육대회에서 한국에 골프 종목 금메달을 안길 재목이다. 국군체육부대에 골프팀이 없었지만 올해 한시적으로 팀이 구성돼 입대하게 된 운이 좋은 케이스다.

“이번 군인체육대회 목표는 무조건 개인전·단체전 2관왕입니다. 프로골퍼 생활을 시작한 뒤 지금처럼 체력훈련을 열심히 한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병역 문제로 병무청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배상문(29)에게도 “잠시 뒤처지는 것 같지만 길게 보면 군대가 선수생활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입대를 권유했다.

그의 별명은 ‘게으른 천재’였다. 그는 경기 당일 샤워를 하고 1시간 전 쯤 도착해 클럽을 몇 번 휘둘러보고는 경기에 임한다. 대회 전 공식 연습 라운딩도 거르기 일쑤였다. “잘 모르는 코스에서 경기하면 집중이 더 잘 된다”는 궤변까지 서슴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 군사훈련을 받으면서 처음으로 제대로 된 체력훈련을 한 셈이다. 그는 “훌륭한 군인으로 그동안 부모님과 우리 사회에 그동안 진 빚을 갚겠다”면서 “남자라면 반드시 군대를 갔다 와야 한다”며 목청을 높였다.

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