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에서 자녀는 어떤 의미를 가질까. 과거에는 가문을 잇고 노후를 기댈 수 있는 존재였다면 이제는 교육투자를 해야 하는 대상으로 바뀌었다. 가문 유지나 노후 의탁이라는 전통적 의미는 물론 자녀라는 존재 자체가 주는 정서적 만족감마저 교육투자가 대체하고 있다. 이 때문에 경제적 부담이 커지고, 저출산이 고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보건사회연구원 박종서 부연구위원 등은 ‘출산 및 양육의 사회·문화적 환경 분석’이란 연구보고서를 내고 1990년대 들어 전통적 자녀 가치가 약화되고, 교육적 목적을 위한 투자대상으로 여기는 가치관이 뿌리 내렸다고 29일 밝혔다. 연구팀은 다양한 출산장려정책에도 출산율이 반등하지 않고 저출산 현상이 지속하는 이유를 사회·문화적 차원에서 접근했다. 담론분석 방법을 활용해 정부가 1968년 설립한 가족계획협회의 기관지인 잡지 ‘가정의 벗’을 1973년부터 1994년까지 분석했다. 이 잡지는 2005년 6월호를 마지막으로 폐간됐다.
자녀가 갖는 전통적 가치 중에 ‘노후 의탁’ 부분은 1980년대를 지나면서 영향력을 잃었다. 국가·기업·개인이 노후 보장을 위한 연금 등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다. 세대 계승이나 가문 유지도 1990년대 들면서 퇴색했다. 가문 유지를 위해 아들이 꼭 필요하다는 인식이 사라진 것이다. 산업화 물결 속에서 ‘아들, 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가족계획사업은 자녀를 정서적 만족을 주는 대상이자 가정 행복의 상징으로 탈바꿈시켰다.
이런 정서적 만족감은 1990년대로 넘어오면서 ‘자녀 교육으로 몰입’이라는 새로운 사회현상을 맞는다. 아낌없는 교육투자 대상, 양육비용과 양육고통을 안기는 존재라는 인식이 다른 가치들을 짓눌러 버린 것이다.
하지만 자녀를 교육투자 대상으로 바라보는 가치관은 가계와 국가 경제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박 부연구위원은 “한국의 문화적 맥락에서 부모에게 자녀는 미래이자 인생의 전부를 의미하기도 한다”며 “임신·영아기 지원과 남성 육아참여 등을 강화하는 정책을 펴서 교육투자 부담을 줄여야만 저출산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한국사회에서 자녀의 의미는 뭘까
입력 2015-01-29 1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