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간 노예같이 일만 하고 한 푼도 못받았습니다. 억울합니다”
쥐꼬리만한 월급에 ‘열정’만을 강조하는 ‘열정페이’ 고용업주들이 사회적 지탄을 받고 있는 가운데 무려 16년간 무임금으로 일했다는 글이 인터넷에 올라와 네티즌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28일 밤 인터넷 커뮤니티 ‘다음 아고라’ 게시판에는 ‘친오빠가 16년간 노예같이 일을 하고도 돈을 못받았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억울합니다(idmsgmldms****)’라는 ID의 글쓴이가 올린 사연은 이렇다.
16년 전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 친오빠가 매달 80만원씩 받기로 약속하고 보은 덕게공장에 일하러갔다. 그 업체 사장은 돈을 준다고 말을 했고, 명함도 친정에 있었기 때문에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친오빠는 어렸을 때 머리를 다친 일이 있어 정신적으로 약간 장애가 있었다.
글쓴이는 10년 전에 오빠가 보고 싶어 명함에 적힌 대로 전화를 했는데 오빠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쪽에서 ‘그런 사람 없다’며 전화를 끊어버렸다고 한다.
3남매를 힘들게 키우며 사는 여동생은 오빠를 보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사는데 바쁘기도 했고, 어디 있는지 정확히 몰라 가볼 수가 없었다.
그러면서 사장이 잘해주진 못하더라도 통장을 만들어 돈도 넣어주고 사람대우를 해줘가며 일을 시킬 줄 알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완전히 달랐다.
사장은 장애인이라는 약점을 이용해 통장을 만들어주기는커녕 16년간 월급을 준 적이 없었다. 이런 사실은 3년 전 같은 곳에서 종업원으로 일하던 사람이 가족들에게 전화를 걸어 알려줬다.
다른 가족들이 그곳을 찾아가자 사장은 돈도 안 주고 오빠를 데려가라고 했다.
하지만 오빠는 그냥 거기 있겠다고 했고, 가족들은 그냥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글쓴이의 오빠는 그곳에서 일하면서 오른쪽 네 번째 손가락을 다쳤고, 아랫니 네 개가 없어졌을 뿐만아니라 이가 다 썩어있었다고 한다.
글쓴이는 이 소식을 듣고 공장에 찾아가 오빠를 집으로 데려왔다.
그러면서 노동청에 이러한 사연을 하소연했더니 노동청에서 최저임금으로 최근 3년치를 계산해 써오라고 했다고 한다.
하지만 사장은 “먹여주고 재워주고 청소나 좀 했다”고 거짓말을 하면서 돈을 안 주려 하고 있다.
여동생은 “불법을 저지르고도 당당한 이 사람을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며 법적인 방법을 알려달라고 글을 맺었다.
이 글을 접한 네티즌들은 “악질이네요. 세상 참! 인간만큼 악랄한 동물이 어디 있어요?” “정말 안타까운 사연이네요. 그곳에서 오빠가 받았을 대접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픕니다” 등의 댓글을 달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이명희 선임기자 mheel@kmib.co.kr
다음은 글쓴이가 다음 아고라 게시판에 올린 전문
지금으로부터 16년 전 저희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저의 친오빠가 매달 80만원씩 받기로 약속을 하고 보은 덕게공장에 일하러 갔습니다.
그 사장이 돈을 준다고 말을 했고, 명함도 친정에 있었기 때문에 저는 아무런 의심조차 하지 않았어요.
친오빠는 어릴 적 머리를 좀 다친 일이 있어서 약간의 정신적으로 문제가 조금 있습니다.
10년 전에 오빠가 보고 싶어 명함에 적힌 대로 전화를 했는데 오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쪽에서 그런 사람 없다며 전화를 끊어버렸습니다.
저는 삼남매를 힘들게 키우면서 오빠를 보고 싶어하는 마음은 있었지만 사는데 바쁘기도 했고 어디있는지 정확히 몰랐기 때문에 가볼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사장이 잘해주진 못해도 어느 정도는 통장을 만들어서 돈도 넣어주고 사람대우를 해줘가며 일을 시킬 줄 알았는데, 장애라는 약점을 이용해서 이렇게 악덕하게 사람취급도 못해줄줄 몰랐습니다.
16년 이상 통장도 없을 뿐더러 월급도 16년간 준 적 없습니다. 3년 전에 그쪽 종업원으로 같이 있던 사람이 월급도 안주고 일을 시킨다고 해서 전화가 왔다고 합니다.
그래서 조카랑 오빠랑 그곳을 찾아갔는데 통장도 없고 돈도 안주고 심지어 데리고 가라고 했답니다. 그런데 오빠가 그냥 거기 있겠다고 해서 그냥 왔답니다.
저희 오빠가 오른쪽 네번째 손가락을 그쪽에서 일을 하면서 다쳤습니다. 이도 아랫니 네개도 없고 이도 다 썩고, 흔들리고 문드러져 있습니다.
그 소리를 듣고 저는 너무 화가 나고 억울한 나머지 16년이 지나 사실 확인겸 그쪽 공장에 찾아갔습니다. 그런데 진짜 그 말대로 그쪽에서 힘들게 일하는 모습을 제 눈으로 직접 확인하니 더는 두고 볼 수가 없어서 오빠를 데리고 왔습니다.
저희 집에 처음에 올 때 오빠 몸상태도 너무 안 좋고 몇 번이나 토하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아파서 저는 밤에 잠을 자지도 못하고, 너무너무 답답해서 이곳에서 조언을 얻고자 글을 올렸습니다.
노동청에서는 최저임금으로 최근 3년치를 계산해서 써오라고 합니다.
저는 저희나라 법이 너무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한곳에서 16년간 일을 했다면, 최저임금으로 받아야 되는 게 맞나요..
그쪽 사장이랑 만나기로 했는데 오지도 않고 노동청 직원과 대화를 했는데, 먹여주고 재워주고 청소나 좀 했다고 거짓말을 해가면서 돈을 안 줄려고 합니다.
알아보니 저희 오빠는 일을 한 게 맞거든요.
그 사람은 공장을 운영할 만큼의 재산도 있고, 건물도 있다는데 돈을 없어서 주지 못한다고 딱 잘라버립니다.
저희 오빠가 일을 했었다는 사실만 있고 증거는 월급 명세서조차도 없기 때문에 부족합니다. 3년치에 대한 자료가 없는데, 그쪽 사람도 기록해 놓은 게 있긴 하다는데, 저는 솔직히 못 믿겠습니다.
거짓말을 하는 게 눈에 보여서 더 답답하고 미칠 거 같습니다.
불법을 저지르고도 당당한 이사람 어떻게 해야 하나요?
법쪽으로 잘 아시는 분 있으시면. 방법 좀 알려주시기 부탁드립니다.
제가 억울해서 잠이 안 옵니다.
“16년간 장애인 오빠는 노예였어요” 여동생의 호소
입력 2015-01-29 13:29 수정 2015-01-29 14: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