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숙 작가, 표절의혹 제기 황인기 작가에 반박 “더 이상 명예훼손 일으키는 일들을 멈추시길”

입력 2015-01-29 13:29
2006년 작품 증거작품 1
2008년 4월 작품. K갤러리 개인전 전시 작품.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소장.
2011년 작품1 증거작품 3
2012년 작품 1. 증거작품 4
2012년 작품 2. 증거작품 5
국민일보 27일자 24면에 실린 ‘황인기 작가, 김종숙 작가 내 작품 베꼈다’는 표절의혹 제기 기사에 대해 김종숙 작가가 반박문을 냈습니다. 세 가지 관점에서 제시하는 반박 내용과 증거 등을 가감 없이 전문대로 게재합니다. 두 작가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표절 논란이 더 이상 확산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황인기 선생은 내가 황 선생의 2008년 작품(가명 크리스탈 금강전도)을 표절하였다고 한다. 그 근거는 작품 제작의 컨셉과 재료가 일치하고, 본인이 제작시기가 앞섰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세 가지관점에서 내 반론은 이러하다.

1. 제작시기 면에서 황 선생의 2008년 ‘크리스탈 금강전도’ 작품은 결코 나보다 앞서지 않았으니 내가 작품을 표절했다는 증거가 되지 못한다. 나는 2005년부터 ‘금강산도’ 이미지를 차용했고, 2007년부터 겸재의 ‘금강전도’ 이미지를 차용했으며, 지금까지도 금강전도를 차용하여 차이들에 의한 변주를 만들어내고 있다.

내 홈페이지를 보면, 2005년부터 10년간 내가 제작했던 50~70여점의 금강산, 금강전도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니 내가 더 빠르다(증거작품 1, 2). 오히려 제작년도로 볼 때, 황 선생께서 내 작품을 표절한 거다. 아마 내 작품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이뤄지지 않아서 크나큰 오류를 범하신 것 같다. 오히려 내가 표절의혹 제기를 해야 하는데도 나는 황 선생께 표절의혹을 제기하지 않았다. 만약 앞으로도 ‘크리스탈 금강전도’를 하는 사람이 나오면 다 표절자들일까?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겸재의 금강전도는 황 선생의 전유물이 아니고, 우리 선조의 작품이므로 누구나 차용할 수 있는 패러디하는 대상이라는 점이다(황 선생께서는 이미지 차용과 표절문제를 구분하지 못하는 것 같은데, 나는 명백히 겸재에 대한 오마쥬로서 겸재의 금강전도를 차용했다). 또 여러 현대 미술가들이 패러디라는 창작방편으로 이미지를 차용하고 있고, 그 점에서는 황 선생도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황 선생이나 나나 똑같이 금강전도 차용 작가일 뿐이다. 어느 누구도 표절 운운할 위치가 못된다. 겸재가 아니라면….

2. 황 선생은 황 선생과 내 작품이 외적으로 유사하게 보인다는 이유를 들어 크리스탈을 더 이상 쓰지 말라고 하였다(1월 17일 전화통화). 단지 재료를 먼저 사용했다는 여부만으로 나를 표절이라고 독단적으로 재단하는 것은 억지 주장이라고 생각한다.

현대 미술가들 중 크리스탈 재료에 대해 특정 독점권을 가지고 있는 작가는 어디에도 없고, 또 재료를 먼저 사용했다는 이유로 다른 작가들이 그 재료를 쓸 수 없다는 법은 어디에도 없다. 그 시대의 표상인 재료는 누구나 다 자유롭게 갖다 쓸 수 있는데, 그런데도 나에게 더 이상 이 작업을 하지 말라며 창작인으로서의 자유를 제한하는 건 단지 선배 작가께서 후배 작가한테 가하는 폭력일 뿐이다.

3. 이제 가장 중요한 문제가 남았는데, 그것은 금강전도와 크리스탈을 가지고 어떻게 자기만의 코드로 재해석하느냐의 문제이다. 여기서 황 선생은 본인과 작업 컨셉이 같으니 표절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내가 추구하는 ‘크리스탈 페인팅’이라는 작업 컨셉은 황 선생님의 ‘디지털코드’와 완전히 다르다.

황 선생은 원작을 디지털적 픽셀 전환(복제)한 후에 다른 여타의 재료를 대입하시는 작업을 했다. 거기서 크리스탈은 일부 재료로만 쓰였다. 그러나 내가 2005년도부터 현재까지 ARTIFICIAL LANDSCAPE(인공풍경)라는 명제 하에 개진해온 작품세계는 ‘크리스탈 페인팅’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이미지를 페인팅(실크스크린 페인팅 포함)으로 옮긴 후에 크리스탈을 선택적으로 그림 그리듯이 붙여나가는 아날로그적인 방식이다.

여기서는 크리스탈로 어떻게 선택적으로 그리느냐가 가장 중요한데, 나는 밑그림의 페인팅과 크리스탈 그림의 절묘한 조화를 준법이나 필력으로써 표현하기 위해 크기와 색이 다른 크리스탈을 붙여나간다(증거 작품 3, 4). 이것은 황 선생이 내 홈페이지에서 10년간을 일관되게 이끌어온 ‘크리스탈 페인팅’ 작업을 본다면 차이점을 확연히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컨셉이 같다는 주장도 어불성설이다.

이렇게 세 가지 관점으로 보았을 때, 황 선생이 제기했던 표절의혹은 충분히 해소되었으리라 생각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황 선생이 왜 나를 상대로 이 일을 시작하셨는지 그것이 더 궁금하다. 이젠 더 이상의 오해와 오류를 만들지 마시길 바라며, 또한 나에게 더 이상의 명예훼손을 일으키는 일들을 그만 멈추시길 바랄 뿐이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