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 해 신설된 법인이 사상 처음으로 8만 개를 넘어섰다. 불황에 따른 취업난과 베이비부머의 은퇴 증가가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이 같은 신설법인 증가에 대해 중소기업청은 취업난 및 조기 은퇴로 창업으로 눈을 돌린 인구가 늘어난 데다 창업회사와 창업투자회사에 대한 규제 완화, 창업보육시스템 강화 등 그동안 정부가 진행한 창업환경 개선작업이 효과를 내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중기청은 29일 작년 신설법인이 전년보다 12.1% 증가한 8만4697개로 통계를 작성한 2000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작년 신설법인을 업종별로 살펴보면 서비스업(5만387개)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제조업(1만9509개), 건설업(8145개), 농·임·어·광업(2593개)이 뒤를 이었다.
연령대별로는 40대(3만3100개), 50대(2만1898개), 30대(1만8921개), 60대(6808개), 30세 미만(3885개) 순으로 주로 베이비부머인 40∼50대 중장년층이 신설법인 증가를 주도했다.
이들 베이비붐 세대는 은퇴 후 주로 운수업이나 숙박·음식점업 등 비교적 창업이 쉬운 서비스업(40대 2만798개, 50대 1만2091개) 법인을 설립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제주(38.5%)와 전남(24.7%) 등 모든 지역에서 증가했고 여성의 법인설립도 전년보다 14.2% 증가했다.
하지만 이같은 신설 법인의 증가는 불황에 따른 구조조정 등의 원인으로 조기퇴직하거나 정년퇴직자들의 궁여지책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최근 자영업자의 추이를 살펴본 결과 퇴출자 수가 진입자 수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에 성공하지 못하고 접는 인구가 신규 진입자보다 늘어난 것이다.
자영업자 진입-퇴출 추계와 특징을 살펴보면 최근 자영업 퇴출자가 진입자를 초과하면서 역전됐다. 2011년과 2012년은 자영업 진입자가 퇴출자보다 많았지만, 2013년 들어 퇴출자가 크게 증가하면서 진입자를 초과한 것이다. 2013년 자영업자 중 66만명이 퇴출됐고, 58만명이 새롭게 진입했다.
연령별로는 40대 퇴출자가 전체의 절반 가까이 차지했다. 자영업자는 2000년 779.5만명에서 2014년 688.9만명으로 감소됐다. 총 취업자 중 자영업자 비중도 2000년 36.8%에서 2014년 26.9%로 하락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진입 장벽이 낮은 만큼 휴·폐업률도 높은 숙박·음식점업 등으로 창업이 집중되는 것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신설법인의 양적인 팽창과 함께 질적인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제2의 가계부채’ 알려진 개인사업자 대출이 작년에 209조3000억원으로 집계돼 불황이 장기화하면 한국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금액은 전년보다 19조원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7년 만에 최대 규모다.
이에 대해 중기청 관계자는 “신설법인이 증가한 이유와 경영환경 개선을 위해 필요한 정책 등에 대한 실태조사를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김태희 선임기자 thkim@kmib.co.kr
‘불황의 역설’인가 작년 자영업 등 신설법인 처음으로 8만개 돌파
입력 2015-01-29 1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