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7개월 된 아내의 임용고시 응시를 도우려고 화물차 기사 일을 하다가 뺑소니 차량에 치여 숨진 일명 ‘크림빵 아빠’ 강모(29)씨의 비극과 관련, 유일한 사건 해결의 단서로 보이는 CCTV를 두고 많은 사람들이 답답함을 표출하고 있다.
용의 차량의 도주 장면이 인근 CCTV에 잡혀 공개됐지만, 화질이 선명하지 않은 탓에 차종조차 특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동차 동호회원 등 ‘네티즌 수사대’는 예리한 분석을 바탕으로 특정 모델을 용의 선상에 올려놨다.
그러나 경찰의 의뢰를 받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용의 차량이 BMW 3·5·7시리즈, 렉서스 LS 시리즈, 뉴 제네시스, K7 등 4종과 유사하다는 CCTV 동영상 분석 결과를 내놨다.
애초 흰색 BMW를 용의 차량으로 지목했던 경찰의 수사 범위가 그만큼 넓어졌다는 의미다. 번호판은 아예 판독 불가였다.
경찰이 수사를 원점으로 되돌린 가운데 만약 시내 전역을 대상으로 한 대대적인 ‘저인망 수사’에서 번호판 등 용의 차량을 확실하게 포착한 CCTV나 블랙박스 등을 확보한다면 범인 검거로 이어져 현상금까지 내건 강씨 유족의 한을 어느 정도 달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경찰 초동 수사 결과 사고 현장에 부품 조각 등 뺑소니 차량의 흔적이 남지 않았고, 인근에 주차돼 있던 차량들의 블랙박스도 성에가 끼었거나 미작동 상태여서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데 있다.
경찰은 그동안 여러 CCTV 동영상을 분석했지만, 결정적인 단서는 확보하지 못했다.
사고 현장은 통행량이 많거나 교통난이 발생하는 곳은 아니어서 청주시의 주·정차 단속 CCTV나 방범용 CCTV가 설치되지 않았다.
민간 업소 것보다는 상대적으로 성능이 좋은 시 소유 CCTV가 있었더라면 상황은 달라졌을 수도 있었다.
시 관계자는 “최신 고화질 CCTV는 멀리까지 선명하게 찍히고, 인식률도 높다”며 “화면이 뿌옇다는 것은 CCTV의 성능이 좋지 않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시는 어린이 안전·방범용 CCTV를 1462대 운영하고 있다. 불법 주정차 단속, 쓰레기 불법투기 감시, 문화재 감시 등 설치 부서에서 따로 관리하는 목적별 CCTV는 454대다.
올해 41만 화소 CCTV 가운데 83대를 300만 화소급으로 교체하기로 하고 2억7000만원의 예산을 세운 청주시는 이 사건에 전국적 관심이 쏠리자 나머지 41만 화소급 72대도 교체 대상에 올리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사고 현장은 그렇다 치더라도 경찰의 과속·신호위반 단속 CCTV를 포함, 도로 곳곳에 각종 CCTV가 포진하고 있는데도 용의 차량이 특정되지 않은 것을 놓고 사고 현장 일대의 지리 등을 꿰뚫고 있는 범인이 지능적으로 도주한 것 아니냐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흥덕경찰서는 박세호 서장 등 30여명의 인력으로 수사본부를 구성, 가동하고 있다.
청주=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
안타까운 ‘크림빵 아빠’ 사고 장면 CCTV
입력 2015-01-29 10: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