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아내를 살해했다. 아내의 존엄을 지켜주기 위해~.’
여러분이라면 이런 전제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A(70)씨와 아내 B(68)씨는 백년해로를 약속했고, 그만큼 사랑했다. 경제적 여유도 있었다. 자식들도 효자여서 누구나 부러워할 만했다.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아내가 몹쓸 병에 걸렸다. 2013년 B씨가 뇌경색으로 쓰러졌다. 남편은 아내를 극진히 보살폈다. 하지만 아내는 식물인간 상태였다. 두 사람은 어떠한 대화도 나눌 수 없었다.
그러던 지난 19일 남편은 돌연 자식들의 만류를 물리치고 요양병원에서 아내를 퇴원시켜 집으로 옮겼다. 아내가 퇴원한 지 사흘째인 22일 낮 남편은 아내를 목 졸라 살해했다. 그 자신도 제초제와 살충제를 섞어 마셔 자살을 기도했다.
남편의 행동은 충동적이지 않았다. 오히려 철저히 계획된 것이었다. 그는 2주 전 이미 ‘끝’을 내기로 마음을 굳히고 제초제와 살충제를 구해 놓았던 것이다. 그는 독약을 마시며 아들에게 전화를 걸어 “이제 다 끝났다”고 말했다.
황급히 집으로 찾아간 아들은 이미 숨을 거둔 어머니와 고통에 신음하고 있는 아버지를 발견했다. 병원으로 옮겨진 A씨는 목숨을 건져 홀로 남게 됐다. A씨는 26일 살인 혐의로 구속됐다.
경찰 관계자는 "할아버지의 사정은 딱하지만 제초제를 미리 준비했던 점에서 계획된 범행으로 보여 실형이 불가피해 구속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오히려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하면 또다시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있어 격리 상태에서 마음의 정리를 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봤다”고 덧붙였다. A씨는 경찰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이렇게 힘들게 사는 게 되겠나라고 생각해 결심을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지훈 기자
사랑하는 아내를 살해했다-여러분이라면?
입력 2015-01-29 0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