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장 선거에 100여명 돈봉투… 벌집 쑤셔놓은 농촌마을

입력 2015-01-29 10:43

충남 논산의 한 농촌마을이 농협 조합장 선거를 앞두고 벌어진 돈 봉투 사건으로 큰 충격에 빠졌다. 29일 선관위 등에 따르면 논산시 노성면은 성인 인구 3800명(2014년 지방선거 기준)에 불과한 곳으로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돈 봉투를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지역사회 전체가 초상집으로 변한 것이다.

검찰은 최근 조합원이나 조합원 가족들에게 조합원 가입비(출자금) 명목 등으로 1인당 20만∼1000만원씩 모두 6000여만 원의 금품을 돌린 혐의로 노성농협 조합장 출마 예정자 김모(55·여)씨를 구속했다. 현재까지 돈 봉투를 받은 사람은 150여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선관위는 그러나 검찰 수사가 완료되면 A씨로부터 금품을 받은 사람들이 더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이들이 모두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면 벌금형은 물론 공직선거법에서 처벌하는 기부행위로 인정돼 과태료가 받은 돈의 50배로 무려 3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한 주민은 “창피해서 얼굴을 들고 다닐 수가 없다”며 “충효의 고장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생겼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도 “돈을 준 사람도 그렇고 받은 사람도 그렇고 모두 정신이 나갔다”며 “동네 사람들끼리는 이미 누가 얼마 받았다는 등의 소문이 돌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선관위는 금품을 받은 유권자들의 자수를 유도해 최대한 선처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자수 행렬은 이미 시작됐다.

28일 오전에도 적지 않은 주민들이 선관위를 방문해 금품 수수 사실을 털어놓는 등 상당수의 주민이 자수 행렬에 동참했다.

주민들은 선관위 조사 직후 ‘그동안 가슴 떨려서 일을 못하는 것은 물론 잠도 못 잤는데, 오늘은 편하게 잘 수 있겠다’며 후련해했다고 선관위 관계자는 귓뜸했다.

논산시선관위 관계자는 “돈 봉투를 받은 주민의 상당수가 자수했지만, 아직 일부 주민들이 망설이는 분위기”라며 “자수한 주민에게는 과태료를 면제할 방침이지만 자수를 하지 않는 주민들에게는 받은 금액의 50배인 과태료를 부과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논산=정재학 기자 jh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