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4대강 사업에 대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다른 회원국들보다 금융위기를 빠르게 극복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자평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향신문은 29일 단독 입수한 이 전 대통령의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에서 “세계 금융위기가 들이닥쳤을 때 신속하게 4대강 사업을 시행할 수 있었던 것은 불행 중 다행이었다고 생각한다”며 이 같이 밝혔다. 4대강 사업의 ‘혈세 낭비’ 논란을 재정투자를 통한 금융위기 극복 논리로 반박한 것이다.
이 전 대통령은 퇴임 이후 감사원의 4대강 사업 감사 결과에 대해 “내가 대운하를 만들기 위해 4대강 살리기 사업을 벌였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 주장”이라며 “감사원의 비전문가들이 단기간에 판단해 결론을 내릴 수준의 문제가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당시 한나라당이었던 새누리당의 친박계 의원들도 겨냥했다. 이 전 대통령은 “대운하 사업은 국회 예산 통과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야당뿐 아니라 여당 일부에서도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이라며 “제17대 대선 때 치열했던 당내 경선 과정에서 반대편(박근혜 대통령)에 섰던 의원들이 그 중심에 섰다”고 했다.
보도를 접한 네티즌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이 전 대통령을 향한 비난이 빗발친 댓글 게시판 사이에서 일부 보수성향 네티즌들의 옹호도 나왔다.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게 우선이었다”는 것이 이들 네티즌의 주장이다. 30%선이 무너진 박근혜 대통령의 추락한 지지율을 보여준 현상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다수의 네티즌들은 여전히 “국세 먹튀” “회고록의 히트를 위해 자폭한 논란 마케팅”이라며 비난을 퍼부었다.
이 전 대통령의 회고록은 다음달 2일 출간된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MB 회고록] “위기 극복” 자평에… “히트치고 싶어 자폭?” vs “금융위기 극복 우선”
입력 2015-01-29 08:29 수정 2015-01-29 0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