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설익은 대책을 남발하지 말라며 정부를 향해 연일 경고장을 던지고 있다. 신중한 고려 없이 정책을 발표했다가 국민의 원성을 자초한 것이 한두 번이 아니라는 판단 때문이다. 국민적 비판이 제기되면 슬그머니 정책을 폐기하는 아마추어식 ‘식언(食言)’ 행정이 정부 신뢰도를 깎아먹는다는 비난도 거세다.
특히 야당이 아닌 여당 지도부가 앞장서 정부를 질책하는 점도 달라진 부분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수직 하강’하는 데에는 어설픈 정책을 쏟아내는 정부의 책임도 적지 않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정부가 이렇게 무책임하게 움직였다가는 내년 총선에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위기감도 여권 내부에서 퍼져 있는 상태다. 당청 지지율이 역전되면서 “새누리당이 국정 운영에 주도적으로 나설 수 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28일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정부의 개별 부처가 경제상황과 국민생활에 대한 종합적인 고려, 그리고 타 부처와의 조율 없이 임기응변식의 섣부른 정책을 발표하고 증세를 마치 전가의 보도처럼 인식하는 것은 무감각하고 무책임한 일”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전날 정부가 올해 주요추진법안을 발표하면서 당과 상의 없이 각종 세제개편 관련 법안을 다수 포함시킨 것을 두고 한 말이다.
김 대표는 “신중에 신중을 기하라” “국민적 공감대 위에서 섬세히 다루라” “설익은 정책 발표나 발언은 논란만 일으킨다”며 작정하고 정부를 향해 쓴 소리를 내뱉었다. 전날 이군현 사무총장도 “당과 사전 협의되지 않은 설익은 정책을 (정부가) 확정된 듯 공개 발표하는 행태가 반복돼 우려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새누리당 내부에선 최근 연이어 터진 정부의 어이없는 자책골에 대한 불만이 가득하다, 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은 주민세·자동차세 인상 추진 의사를 밝히면서 ‘회비 성격’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켰다가 “국회 협조 없이는 안 하겠다”고 물러섰다. 교육부는 대학입시 인성평가 반영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가 하루 만에 “새로운 제도는 아니다”고 말을 바꿨다. 증세나 대입은 모두 국민이 가장 민감하게 느끼는 사안들이다. 담뱃값 인상, 연말정산 세금폭탄 등 민심 이반을 가속화하는 정책 시행으로 안 그래도 국민 불만이 높은 데 정부가 잇따른 정책 식언으로 화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지난해 말에도 공무원 연금과 함께 군인·사학연금 개혁도 함께 추진하겠다고 했다가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로부터 “여당이 정부 뒤치다꺼리하다가 골병이 들 지경”이라고 혼쭐이 났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정부가 땜질식으로 ‘뻥’하니 정책을 발표하고 나면 결국 나중에는 국회가 수습하다 욕만 먹게 된다”고 토로했다. 당이 정부의 ‘사후 수습’만 할 것이 아니라 주도적으로 국정 운영에 개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올 들어 시작된 당청 지지율 역전 현상이 계속 될 경우 ‘당의 주도적 역할론’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점차 힘을 받을 수 있다, 박근혜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 기조에 대한 재수정 요구도 계속되고 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
연일 계속되고 있는 새누리당의 정부 질타 왜?
입력 2015-01-28 17:11 수정 2015-01-28 1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