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 관련 의혹을 즉각 반박해 ‘자판기’라는 별명까지 생긴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가 ‘자제 모드’에 들어갔다. ‘과잉 해명’이 의혹을 누그러뜨리기는커녕 오히려 확산시키고 있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 후보자는 지명 엿새째인 28일 오후 2시가 되서야 집무실이 있는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연수원에 모습을 드러냈다.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은 5분을 넘기지 않았다. 총리 후보자로 내정된 이후 줄곧 오전 9시 전후 출근해 각종 의혹에 대한 입장을 거침없이 설명하던 것과는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이는 투기 의혹이 불거진 토지 매입 과정에 이 후보자가 관여했다는 새로운 의혹과 맞물려 “해명에 부담을 느끼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차남이 증여받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땅 1237㎡(374평)을 2000~2001년 이 후보자의 장인·장모가 최초로 매입했을 때, 당시 재선 국회의원이었던 이 후보자의 권유가 있었다는 게 의혹의 골자다. 이 땅은 이 후보자의 부인을 거쳐 차남에게 증여되면서 가격이 5배(공시지가 기준) 가까이 올라 투기 목적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이 후보자는 기자들과 만나 “이런 저런 이야기들에 대해서는 자료가 준비돼 있다고 하니 나중에 관계자가 설명할 것”이라고만 짧게 언급했다.
이어 국무총리실 인사청문회 준비단은 보도 참고자료를 통해 “외국에서 의사생활을 하던 이 후보자 장인이 2000년 귀국하면서 집 지을 부지를 알아봐달라고 후보자에게 부탁해 알아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자는 오전에 출근하지 않은 데 대해선 “총리실에서 넘겨받은 자료와 국회에서 내가 검토했던 사안을 비교하면서 집에서 자료를 점검했다”고 했다. 차남의 병역면제 의혹 관련 공개검증 시기를 묻는 질문에는 “약속했으니까 추진한다. 언제인지는 구체적으로 보고를 받지 못했지만 할 것”이라고 재차 확인했다.
이 후보자는 총리 후보자에게 제공되는 의전과 편의를 사양하고, 점심은 집무실에서 도시락으로 해결하는 등 로우키 행보를 보였다. 대신 본인과 가족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선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증빙 자료로 50년 전 본인 의료 기록은 물론 장인 장모의 입원확인서까지 제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하나를 해명하면 또 다른 의혹이 꼬리를 무는 상황에 대한 우려가 내부적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후보자가 직접 언론을 상대하면서 지나치게 세부적인 부분까지 설명하는 모습이 자칫 가벼워 보일 수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고 한다. 때문에 오는 9~10일 인사청문회 전까지 각종 의혹에 대한 공식 해명은 청문회 준비단이 전담할 것으로 보인다.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원내대표는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차남과 본인의 병역은 물론 부동산 투기와 증여, 논문표절 등에 대해서도 국민의 눈으로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개헌에 대한 이 후보자의 생각도 철저히 따지겠다”고 덧붙였다. 새정치연합은 인사청문특위 위원들을 중심으로 첫 대책회의를 열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해명 자판기' 부담느낀 이완구, '자제 모드'로...토지 매입 과정 관여 의혹은 청문회 준비단이 해명
입력 2015-01-28 1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