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Q 70의 미국 지적장애 사형수 끝내 형장의 이슬로

입력 2015-01-28 15:12

지적 장애를 호소해 온 지능지수(IQ) 70 수준의 미국 사형수가 끝내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27일(현지시간) 오후 살인 혐의로 두 번이나 기소된 지적 장애인 워런 리 힐(54)의 사형을 연기해 달라는 변호인의 요청을 기각했다. 대법관 9명 중 진보적인 성향의 스티븐 브레이어와 소니아 소토마요르 대법관만이 반대 의견을 냈다.

이에 따라 조지아주 교정 당국은 미국 동부시간으로 이날 오후 7시(한국 시간 28일 오전 9시) 예정대로 잭슨의 주립 교도소에서 독극물 주입 방식으로 힐의 사형을 집행했다. AP통신은 힐이 약물 주입 후 55분 만에 숨졌다고 전했다.

힐의 사형 집행 문제는 최근 며칠 간 미국에서 뜨거운 논란거리였다. 힐은 1985년 여자 친구를 총으로 쏴 살해한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던 중 1990년 못이 박힌 나무판자로 동료 재소자를 폭행해 살해해 사형 선고를 받았다.

힐의 변호인 빌 크래머는 “힐의 IQ는 70 정도이고 그의 감성지수 또한 어린이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지적 장애를 판정하는 기준은 지역마다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IQ 70 이하에 몇 가지 이상 행동을 보일 경우 지적장애로 분류한다. CNN은 미국 연방 법에 따르면 지적 장애인을 처형하는 것은 수정헌법 제8조 위반에 해당한다고 전했다. 미국 수정헌법 제8조는 지적 장애인에 대해 ‘잔인하고 상식을 뛰어넘는 처벌’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반면 연방 법의 근거가 됐던 2002년 버지니아 판례는 지적 장애에 대한 규정을 각 주가 자율적으로 지정하게 하고 있다. 조지아주에서는 사형수를 맡은 변호인이 ‘합리적 의심’을 해소할 정도의 정신적 장애를 입증하도록 하고 있다.

힐의 사연이 알려지고 나서 지적·발달장애인 지원 비영리단체인 ‘조지아 아크’와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 부부 등이 그의 사형 집행에 반대했다. 심지어 피해자 가족들도 “힐이 사형 선고를 받을 당시 ‘가석방 없는 종신형’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말을 못들었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그러나 힐의 징계를 사형에서 가석방 없는 종신형으로 감형할 수 있는 권한을 지닌 유일한 기관인 조지아주 사면·가석방위원회는 이날 오전 관용을 베풀어 달라는 힐 측의 최종 요청을 수용하지 않았다. 조지아주에서는 앞서 지난해 12월에도 지방 보안관 대리를 살해한 로버트 웨인 홀시에 대한 사형이 집행됐다. 그는 힐과 마찬가지로 IQ가 70이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