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뉴엘 사기 대출’을 막은 40대 비정규직 은행직원이 공로를 인정받아 정규직 전환됐다는 소식에 네티즌이 박수를 보내고 있습니다. 소신을 갖고 일하면 언젠가는 인정받을 수 있다는 ‘희망 찬가’를 직접 들려줬기 때문이죠. 그러나 850억원을 회수한 그의 사례는 흔치 않다는 점에서 “평범한 비정규직에게는 꿈같은 얘기”라며 안타까움을 표현하는 네티즌들도 많았습니다.
강윤흠 우리은행 차장은 최근 회사로부터 정규직 전환 약속과 포상금 300만원을 받았습니다. 그는 업종별로 산업전망 트렌트를 분석해 기업해 돈을 빌려주는 산업 분석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강 차장은 최근 YTN과의 인터뷰에서 1년마다 계약해야 해서 불안한 마음을 털 수 있어 기뻤다고 말했습니다.
“사실 1년마다 계약하는 계약직이었기 때문에 항상 계약 때되면 좀 불안해하고 아무래도 제가 하는 일은 아무래도 소신이 제일 중요하거든요. 소신껏 일하고 양심에 맞춰서 일하고 이런 자존심이 굉장히 중요한데. 일단 단기적으로 평가를 받게 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성과에 쫓길 수도 있거든요. 그러다 보면 좀 초조해질 수 있는 부분도 있는데 지금 전문성을 살려서 좀더 긴 호흡으로 소신껏 일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서 기쁩니다.”
그가 모뉴엘에게 대출한 850억을 되돌려 받은 이야기를 들으면 한편의 드라마를 보는 것 같습니다.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고 잘나가던 기업을 뚝심 있게 밀어 붙인 용기가 정말 대단합니다. 모뉴엘은 ‘빌게이츠가 주목하는 회사’로 언론에 소개된 회사였습니다. 홈시어터PC와 로봇청소기 등 혁신적인 제품을 200억 어치나 팔아치웠다고 했고요. 근데 왜 내 주위엔 그 회사 제품을 쓰는 사람은 없는 걸까. 그는 의심했고 해외 사이트를 뒤져 모뉴엘 물건을 사보려 했습니다. 그러나 그 회사의 제품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그 흔한 카탈로그조차 없었고요. 결국 회사에 증거 자료를 요청했는데 거절당했다고 합니다. 강 차장은 심사부에 이 사실을 보고해 850억원을 전액 회수해야 한다고 알렸습니다. 영업부서는 이자도 꼬박꼬박 내는 우량 고객을 끊는다며 강하게 반대했지만 그는 관철시켰습니다. 그 덕분에 다른 은행은 수백억원이 넘는 돈을 날렸지만 이 은행은 한 푼도 손해를 보지 않았습니다.
대출금을 회수하고 대출 사기 전모가 밝혀질 때까지 계약직 강 차장은 가시방석이었다고 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사기 대출이 밝혀지기 전까지 모뉴엘은 미국 가전 박람회 CES에서 대상도 받는 등 언론에 여전히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윤 차장은 YTN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잘못 판단한 게 아닌가라고 생각을 했기도 했다”며 그 후에 이걸 대출을 회수해야 된다고 생각했을 때는 나름의 확신이 있었지만 그렇지만 이 회사가 계속 성장을 한다고 생각을 했기 때문에 마음한편으로 불안한 마음도 있었다“고 털어놨습니다. 그는 운이 좋았다고도 말했습니다.
네티즌들은 드라마 미생의 비정규직 장그래가 성공한 것 같다며 내일처럼 기뻐했습니다. 극중 장그래는 정규직 박 과장의 공금 착복 사건을 밝혀내 회사의 큰 손실을 막은 적이 있습니다. 그처럼 윤 차장의 용기 있는 행동이 큰일을 일궈냈다는 거죠. 불안한 비정규직 신분에 뚝심 있게 밀어부친 그의 용기에도 박수를 보냈고요. ‘리얼 미생’이라는 표현을 하는 네티즌들도 있었습니다. “850억 지켰는데 정규직 전환은 물론 승진까지 시켜줘야 하는 거 아니냐” “850억 지켜내고 포상금이 고작 300만원 너무 짜다” 등의 댓글도 눈에 띄었습니다.
평범한 비정규직에게는 강 차장의 사례는 ‘희망고문’에 불과하다고 말하는 네티즌들도 제법 많네요.
“850억 지켜낸 정도의 공로가 없으면 정규직 전환은 결코 수월하지 않죠. 뒷맛이 왠지 씁쓸하네요.”
“계약직에서 정규직이 되기 위해서는 850억의 가치를 보여줘야 되는 군요.”
“왠지 정부에서는 이번 사례를 보고 계약직이 잘했으니 계약직을 늘리겠다고 할 거 같네요.”
신은정 기자 sej@kmib.co.kr
“850억 지켰는데 포상 300만원, 짜다 짜!” 우리은행 장그래를 바라보는 시선
입력 2015-01-28 1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