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아침입니다. 오늘 출근길에 특별한 전화를 받아 더 없이 즐거운 아침입니다.
지하철 자리에 앉아 졸고 있는데 전화가 왔습니다.
“여보세요, 유경이 기사 쓴 기자님 맞으시죠?”
“네, 맞습니다만.”
“그 유경이 어머니 연락처 좀 알고 싶어서요.”
김유경(23)씨는 27일자 31면에 소개됐습니다. 1급 발달장애인이지만 온갖 역경을 딛고 백석예술대 음악학부 일반전형에 당당히 합격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하지만 28일 등록금 납부기간을 앞두고 돈이 걱정이라는 내용도 있었습니다.
장애아를 돌보는 데 얼마나 돈이 많이 들었겠습니까. 그나마 유경씨 아버지가 안정적인 직장이 있어서 가능했는데 2009년에 명예퇴직을 했고 명퇴금으로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완전히 망했답니다.
유경씨 어머니는 “직장생활만 한 사람이 사업을 하면 망한다는 이야기를 하도 많이 들어서 하지 않으려 했는데 일은 해야겠고 어찌어찌하다 보니 그렇게 되더라”고 했습니다. 이 때문에 기적적으로 대학에 합격한 딸아이의 등록금이 안타깝게도 없는 것이었습니다.
인터뷰를 마칠 즈음에 유경씨 어머니는 “기사가 나가면 유경이에게 도움이 될까요”라고 물었습니다. 단호하게 “기대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라고 했습니다. 요즘은 경기가 어려워서 사람들의 마음도 닫혀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인터뷰의 초점도 1급 발달장애인이 일반전형에 합격했다는 소식에 뒀습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 전화가 걸려온 것입니다. 전화하신 분은 “등록금을 보내 주려고 한다”고 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하고 연락처는 문자로 넣어드렸습니다. 전화를 주신 분은 부산에 사신다고 합니다.
오늘이 등록금 납부 마감일입니다. 등록금은 400여만원입니다. 장애인을 위한 장학금이 있는데 150여만원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등록금을 전액 납부한 뒤에야 받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 분의 도움으로 등록금이 다 채워질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장애를 가진 딸아이를 20여년간 힘들게 키워온 유경씨 어머니에게 더 이상 혼자가 아니라는 위로가 될 것이기에 도움의 전화가 왔다는 것만으로도 참 기쁩니다.
그러고 보면 익명의 독지가에게 몇 번 더 감사드린다고 인사할 걸 그랬습니다. 이름이라도 여쭤볼 걸 그랬습니다. 유경씨와 어머니를 대신해서가 아니라 특별한 아침을 주신 데 대한 감사의 표현으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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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
[미션쿡]발달장애 유경씨에게 오늘은 즐거운 아침입니다
입력 2015-01-28 13:30 수정 2015-01-28 13: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