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금융 사외이사 관피아 막강파워

입력 2015-01-28 07:54
농협금융지주 사외이사 겸 이사회 의장을 역임했던 현정택 전 한국개발연구원장이 최근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으로 임명되면서 농협금융의 사외이사 인맥이 부각되고 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금융은 전·현직 관료 및 정치인 출신 사외이사들이 대거 포진하고 있다. 행정고시 10회 출신인 현정택 신임 수석을 비롯해 현재 농협금융 사외이사를 맡고 있는 김준규 전 검찰총장, 손상호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가 모두 관료나 금융당국 출신이다. 금융권에서 사외이사 전원이 관료·당국 출신인 곳은 농협금융이 유일하다.

임기 2년인 농협금융 사외이사의 관피아, 정피아 선호 현상은 2012년 농협금융지주 출범 당시부터 이어졌다. 출범 후 박용석 전 대검찰청 차장, 이만우 새누리당 의원, 이장영 전 금감원 부원장, 배국환 전 기획재정부 2차관 등이 농협금융 사외이사를 거쳐갔다. 관료나 정치권 출신이 아닌 사외이사는 허과현 한국금융신문 편집국장이 유일했다.

농협금융의 관피아, 정피아 선호는 농협의 고유한 특성상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에서 자금을 지원받는 농협중앙회에 속한 만큼 정부와 '끈끈한' 관계를 맺게 해 줄 수 있는 인물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만, 그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려다 보니 무리한 영입이나 겸직이 문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2013년 현정택 수석의 영입 당시에는 무역위원장 겸직이 논란이 됐다. 불공정 무역행위에 대한 조사와 판정을 하는 무역위원장으로서, 농협은행에서 대출받는 기업과의 관계에서 이해가 엇갈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농협금융은 당시 영입 사실을 보도자료도 내지 않은 채 쉬쉬하려 해 '스텔스 사외이사'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왔다.

홍기택 회장의 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 선임 때에는 금융 분야를 관장하는 경제1분과 소속 위원으로서 금융권 사외이사를 유지하려 한다는 도덕성 논란이 불거졌다. 결국 홍 회장은 농협금융 사외이사를 사퇴해야 했다.

한 금융권 인사는 "정부의 입김이 강한 농협의 특성상 관피아나 정피아 출신을 선호하는 것은 어쩔 수 없을 것"이라며 "다만 관피아나 정피아가 아닌 민간 출신에 금융사의 감독과 감시를 맡기는 것이 시대적 흐름인 만큼 농협금융이 이에 어떻게 대응할 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