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애벗 호주 총리가 영국 엘리자베스 2세(오른쪽 사진) 여왕의 남편인 필립공(왼쪽)에게 기사(knight) 작위 수여를 결정해 호주와 영국이 떠들썩하다. 이미 로열패밀리인데 ‘급이 낮은’ 기사 작위를 주는 게 말이 되느냐는 논란이다.
애벗 총리는 1788년 영국군 최초 함대가 호주에 첫발을 내디딘 것을 기념하는 ‘호주의 날’을 맞아 26일(현지시간) “오랫동안 봉사와 헌신의 삶을 살았다”며 필립공에게 기사 작위를 수여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발표 직후 반대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야당인 노동당의 빌 쇼튼 대표는 현지 라디오 방송에 “영국 왕가에 기사 작위를 주다니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 같다”며 “호주의 날은 호주와 호주 국민의 정체성을 논하는 날”이라고 비판했다. 무소속의 닉 제너펀 상원의원은 필립공이 에든버러 공작 등 기사 이상의 여러 작위를 이미 갖고 있음을 언급하면서 “PC를 개발한 빌 게이츠에게 구식 주판을 주는 격”이라고 말했다.
여당 내부에서조차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라거나 “국민에게 설명하기 곤란하다”며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애벗 총리는 야당의 반대에도 30여년 전 폐지한 기사와 귀부인(dame) 작위를 지난해 부활해 국가가 수여하는 최고 영예로 부여해오고 있다. 그는 과거 영국 여왕을 호주의 국가원수로 두는 현행 입헌군주제를 옹호하는 단체의 대표로 활동하며 공화제 반대 캠페인을 주도하기도 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英 여왕 남편에 기사 작위를? 호주 총리 수여 결정에 “빌 게이츠에 주판 주는 격”
입력 2015-01-27 21: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