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원·미화원 월급인데…용역업체 관리부장, 회삿돈 10억 도박으로 탕진

입력 2015-01-27 21:08
“회사가 망할 지경입니다. 임금을 드릴 수가 없습니다.”

지난해 12월 부산시 동구의 한 빌딩에서 경비원을 하는 A씨는 월급날 통장에 돈이 들어오지 않자 자신을 고용한 용역업체에 전화를 걸었다가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들었다.

회사 관리부장인 정모(42)씨가 돈을 빼돌려 도박으로 탕진하는 바람에 회사가 망하기 직전이라는 것이었다. 이 용역업체에 소속된 청소 근로자와 경비원 등 170명이 급여를 밪지 목할 처지에 처했다.

정씨는 지난해 7월 이 용역업체의 관리부장으로 입사했다.

회사 직원들은 정씨가 회사 컴퓨터로 인터넷 도박을 할 때만 해도 근무태도가 불성실하다고만 생각했을 뿐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고 한다.

지난해 12월 직원들 월급날은 다가오는데 회사 금고가 텅텅 비어 있는 사실을 알고서야 회사 직원들은 정씨의 도박 행각을 알게 됐다.

경찰조사 결과 정씨는 지난해 11월부터 두 달 동안 “법인 이름으로 계좌이체를 해도 수수료가 안 붙는 방법이 있다”고 속여 회삿돈을 자신의 계좌로 이체했다.

정씨는 이렇게 빼돌린 10억원을 10개 인터넷 도박사이트에서 거의 모두 탕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씨는 경찰에서 “한번 크게 잃은 뒤로 원금이라도 만회할 생각에 회사자금에 손을 댔다가 이 지경에 이르게 됐다”고 진술했다.

해당 업체는 정씨의 횡령 사건으로 회생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 폐업까지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건물 청소와 경비원이 대부분인 직원 170명은 이번 달 월급도 못 받을 처지에 놓였다.

부산 서부경찰서는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횡령)로 27일 정씨를 구속하고 여죄를 추궁하고 있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