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에 억류된 일본인 인질 석방문제를 둘러싼 일본과 요르단, IS의 신경전이 치열하다. 당초 인질 고토 겐지(47)를 무슬림 출신 여성 테러범과 교환하자고 제안했던 IS가 이 제안이 성사될 것 같지 않자 26일(현지시간) 새로운 조건을 제시했다. 여성 테러범과 또 다른 사형수 1명 등 2명을 풀어주면 자신들은 일본인 인질과 요르단군 조종사를 송환하는 ‘2:2 교환’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요르단 현지 영자신문인 요르단타임즈는 IS가 고토와 요르단군 조종사 마즈 알카사스베 중위(27)를 풀어주는 대신 요르단에 수감된 테러범 사지다 알리샤위(45·여)와 더불어 지아드 알카르불리를 추가로 석방하는 안을 요르단 정부에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알카르불리는 이라크 서부 출신으로 IS의 전신인 ‘알카에다 이라크지부(AQI)’ 수장 알자르카위(2006년 사망)의 측근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2005년 요르단인 운전기사 살해 및 모로코 외교관 납치 혐의 등으로 요르단 당국에 체포돼 사형 선고를 받았다.
IS는 지난 24일 일본인 인질과 알리샤위를 교환하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요르단 측에서 자국 조종사 석방을 우선해야한다며 난색을 표하자 요르단 정부를 달래기 위해 새 조건을 내민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협상이 2:2 교환 방식으로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제기된다. 요르단 퇴역 장성이자 군사전문가인 마문 아부 노와르는 “요르단 정부가 일본과 함께 조종사 석방 협상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태 장기화를 우려하던 일본 정부 또한 내심 기대를 거는 눈치다. 요르단 현지대책본부를 지휘하는 나카야마 야스히데 외무부대신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요르단군 조종사 구출 또한 일본이 맡아야 할 일이라 생각한다”며 “조종사와 고토 두 사람이 각자의 조국에 웃는 얼굴로 돌아갈 수 있도록 일본과 요르단이 함께 노력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NHK가 전했다.
이와는 달리 일본 민영방송 TBS는 IS가 알카르불리를 포함해 요르단 내 수감자 27명을 석방하라고 요구해왔다고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IS가 예전과 달리 조건을 바꿔가며 인질 교환에 적극적인 이유는 요르단 정부가 최근 사형 집행을 재개한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왔다. 알리샤위의 변호인 후세인 마스리(61)는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요르단 정부가 지난달 말 8년여만에 사형 집행을 재개한 점을 언급하며 “IS가 알리샤위의 석방을 서두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IS 조직원들 사이에서 생존한 테러범을 영웅시하는 정서가 있어 이들에 대해 사형 집행이 이뤄지기 전에 빼내올 경우 선전 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IS, 인질 석방 조건에 요르단 수감 사형수 1명 추가…2대 2 교환 급부상
입력 2015-01-27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