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박태환’… 생애 첫 도핑 양성 판정에 향후 파장 촉각

입력 2015-01-27 20:10

박태환(26·인천시청)이 국제수영연맹(FINA) 도핑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은 원인은 근육강화제인 테스토스테론인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호르몬 수치가 낮아 남성호르몬 주사를 맞는 게 좋겠다”는 병원의 권유에 따라 벌어진 일이라고 한다. 박태환 측은 병원의 부주의를 주장하며 진료 의사를 검찰에 고소했지만, 자칫 지난해 9월 개최된 인천아시안게임 메달 박탈은 물론 선수 생명까지 중단될 가능성도 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검사 이두봉)는 지난해 7월 29일 박태환에게 ‘네비도’ 주사를 놓은 서울 중구 T병원을 지난 23일 압수수색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박태환을 진료한 의사 김모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했고 박태환도 불러 조사했다. 갱년기 치료에 쓰이는 주사제 네비도에는 근육강화제의 일종이자 금지약물인 테스토스테론이 포함돼 있다.

박태환을 무료로 후원하며 재활치료 등을 담당해온 이 병원은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박태환의 건강·체력 상태를 검진했다. 검진 결과 박태환은 남성호르몬 수치가 비교적 낮게 나왔고, 이에 병원 측과 남성호르몬제 투약을 의논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 박태환은 검찰 조사에서 “네비도인 줄 모르고 주사를 맞았다”고 진술했다.

박태환은 향후 도핑 검사 시 문제가 없게 해 달라는 부탁과 확인도 여러 차례 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투약은 했지만, 테스토스테론이 스포츠 세계에서 금지된 약물인 줄 몰랐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김씨에 대해 상해 또는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 중이다.

도핑 양성 반응은 박태환의 선수생활을 통틀어 처음이다. 박태환은 특별한 보양식을 먹지 않고 주사는 물론 연고·패치까지 철저히 관리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이 때문에 처방되는 주사가 무엇인지 알지도 못했다는 해명에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한수영연맹은 박태환이 지난해 10월 말 도핑 검사 결과를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도핑 검사 주체는 애초 알려졌던 세계반도핑기구(WADA)가 아니라 국제수영연맹이었다. 박태환은 다음달 말 FINA 반도핑위원회의 청문회에 출석해 해명해야 한다.

FINA는 도핑 검사에서 적발된 선수에게 약물 종류나 고의성 여부에 따라 기본적으로 2∼4년 자격정지 징계를 내린다. 징계가 확정되면 샘플 추출일 이후에 획득한 메달, 랭킹 점수, 상품 등을 모두 무효화한다. 최악의 경우 인천아시안게임 메달 박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자격정지 기간에 따라 올해 7월 세계선수권대회와 내년 올림픽 출전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이경원 모규엽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