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의 쿠르드족 민병대가 ‘이슬람국가(IS)’가 장악했던 시리아 북부 도시인 코바니를 26일(현지시간) 탈환했다. 서방 언론들은 “IS의 이번 퇴각이 상징하는 바가 크다”고 보도했다. 즉, IS의 힘이 빠지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그간의 탈환 과정을 잘 들여다보면 IS가 얼마나 강한지를 다시금 증명해주기도 한다.
IS는 코바니에 지난해 9월말 진입했다. 인구 4만5000명의 소도시지만, 시리아내 쿠르드족이 살고 있는데다 터키와 국경이 맞닿아 있어 전략적으로 요충지라고 판단해서다. 터키와 시리아 국경지대에서 살아온 쿠르드족만 몰아낸다면 시리아 북부 대부분의 땅이 IS의 ‘자체 공화국’으로 굳어질 수 있다고 본 것이다.
IS가 진격하자 쿠르드족이 대거 터키 국경을 넘기 시작했다. 수만 명의 난민이 한꺼번에 발생하자 국제사회도 코바니 상황에 개입하기 시작했다. 미국이 주도해온 국제연합전선은 코바니에 공습을 집중했고, 터키도 국제사회의 압력에 못이겨 이라크내 쿠르드족이 자국 국경을 통해 코바니로 넘어가 싸우도록 허락했다.
IS도 극렬히 저항했다. IS에게는 전 세계에 자신들의 힘을 과시할 기회였고, ‘코바니 성전’을 내세워 전 세계 무슬림들을 끌어들일 수도 있었다.
처음에는 IS가 우세해보인 싸움은 국제연합전선의 공습으로 전세가 역전됐다. 하지만 다시 IS가 추가병력을 투입하면서 최근까지도 양측은 팽팽하게 대치했다. 그런데 이달 중순부터 IS가 병력을 철수하기 시작하면서 전세가 쿠르드족 쪽으로 급격히 기울었고 IS 점령 131일째인 전날 탈환에 성공했다.
탈환은 했지만 쿠르드족과 국제연합전선의 상처가 컸다. 쿠르드족의 삶의 터전이자 주요 도시였던 코바니가 폐허나 다름없게 됐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국제연합전선은 그동안 코바니를 700여회 공습했다. 이는 지난해 8월 이후 IS 전체에 가한 공습의 4분의 3에 해당한다. 그 사이 IS는 코바니 외 타 지역을 많이 점령해 점령지역이 더 넓어졌다.
물론 IS도 자존심을 구기게 됐다. ‘난공불락의 IS’로 불리며 가는 곳마다 승전보를 전했지만 요충지인 코바니 전투에서 퇴각했기 때문이다. 또 코바니 한곳에서만 IS 전사 1196명이 사망하면서 IS 내부에서 책임소재를 놓고 갈등을 빚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때문에 IS가 효율적 전쟁수행을 위해 일부러 전력을 뺐다는 얘기도 나온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쿠르드족 민병대, IS 장악 코바니 간신히 탈환
입력 2015-01-27 16: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