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커원저 타이베이 시장이 영국 교통부장관으로부터 시계를 선물 받고 “고철로 팔아버려야겠다”고 말해 구설에 올랐다. 농담 섞인 발언이었지만 외교적 결례라는 지적이 많다.
대만을 방문 중인 배러니스 수전 크라머 장관은 26일 커원저 시장에게 영국 상원의 기념품인 회중시계를 선물했다. 커원저 시장은 크라머 장관에게 한 때 세계 최고층 빌딩이었던 ‘타이베이 101’ 빌딩의 미니어처로 답례했다.
커원저 시장은 대만 기자들이 ‘금기’로 여겨지는 시계 선물을 받은 것에 대해 질문을 하자 “괜찮다. 다른 사람에게 주거나 고철로 팔아버리면 된다”고 말했다. 중국이나 대만 등 중화권에서는 시계 선물은 금기다. 시계를 선물한다는 의미의 중국어 ‘쑹중(送鐘)’이 죽은 사람을 보내고 장례 의식을 치른다는 ‘쑹중(送終)’과 발음이 같기 때문이다.
뒤늦게 사정을 파악한 크라머 장관은 “매일 새로운 것을 배우고 있다”며 사과의 뜻을 전했다. 크라머 장관은 “영국에서 시계는 ‘시간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는 의미로 가장 귀한 선물”이라고 설명했다.
대만 연합보는 27일 “문화 상대성을 무시한 실언이 풍파를 일으켰다”며 커원저 시장을 비난했다. 주미 대만대표부 천시판 전 대표는 “정말로 예의 없고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말했다. 대만 단장대학 천이신 교수도 “크라머 장관의 사과를 보고 커워저 시장은 부끄러움을 느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일자 커원저 시장 측은 “단지 농담이었다”며 “농담도 지나쳐서는 안 되는데 좋은 본보기가 되지 못했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
타이베이 시장, 英장관에게 시계선물 받고 “고철로 팔아버리겠다”
입력 2015-01-27 15: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