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포스트모던 사회의 가장 중요한 특징 가운데 하나는 다양성입니다. 우리나라도 각 방면에서 다양한 가치와 문화가 공존하는 다원화 사회입니다. 그런데 구시대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는 이데올로기 갈등이 아직 남아있는 사회이기도 합니다. 그러다보니 서로의 가치를 존중하는 순기능적 다원화 사회가 아니라 상대방을 비난하는 역기능이 더욱 걱정되는 다원화사회이기도 합니다.
사회에 갈등과 반목이 이어지고 정치가 혼란과 실망을 안겨주게 될수록 화합과 질서를 가져올 수 있는 지도자를 찾게 됩니다.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진 지도자가 나와서 우리 사회의 가치와 질서를 회복하고 평화와 발전을 선물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카리스마!’, 이 단어는 어느 틈에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말이 되었습니다. 너무 익숙해져서 아예 한국말로 귀화시키려는 듯 ‘칼있으마’, ‘가리지마’ 등으로 익살맞게 개명되기도 합니다.
카리스마는 대중을 감동시키고 따르게 만드는 지도자의 특별한 매력, 권위, 통솔력, 자질 등을 의미합니다. 독일의 탁월한 종교사회학자였던 막스 베버(Max Weber)가 ‘카리스마적 지배’라는 표현을 처음 쓴 이후로 유명해진 의미입니다. 또한 일반적으로는 사람을 강하게 끌어당기는 독특한 성품, 행동, 외모를 일컫는 말로 자주 쓰여 집니다. 대중문화사회에서 개성이 강한 연예인들이 종종 카리스마가 있다고 칭해지는 이유입니다.
이처럼 일반인들에게 친숙한 카리스마라는 단어가 실상 성경에 나오는 중요한 개념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신약성경에 모두 17번 나오는 카리스마는 대부분 ‘은사’로 번역되었습니다. 고린도전서 13장이 ‘사랑의 장’으로 유명하다면 바로 그 앞의 고린도전서 12장은 ‘은사의 장’입니다. “은사는 여러 가지나 성령은 같고”(고전12:4)부터 시작하여 “다 병 고치는 은사를 가진 자이겠느냐”(고전12:30) 등, 카리스마가 모두 5번 쓰여져 있는 장입니다.
대중적 정치인 혹은 연예인의 카리스마와 사도 바울이 말하는 카리스마는 비록 말은 똑같아도 뜻은 너무 다른 것 같습니다. 가장 중요한 차이점은 일반적으로 개인이 자랑하는 독특성을 카리스마라고 말하는 반면 성경이 말하는 카리스마는 하나님으로부터 주어진 선물로서의 은혜를 의미한다는 사실입니다. ‘은사’(恩賜)라는 훌륭한 번역은 하나님께서 내려주신 선물, 값없이 주시는 은혜의 능력이라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습니다. 은혜(grace) 곧 ‘카리스’(charis)는 대가없이 공짜로(gratis) 주어지는 것이고 그렇게 은혜로 내려주시는 선물이 바로 카리스마(charisma)라고 성경은 말하고 있습니다.
고린도전서 12장은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시는 카리스마, 은사에 대하여 귀중한 깨달음을 주는 장입니다. 먼저 각 사람에게 주시는 카리스마는 다양하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람에 따라 지혜의 말씀, 지식의 말씀, 믿음, 치유, 능력, 예언, 방언, 방언의 통역 등 다양한 은사를 주신다고 말씀합니다. “이 모든 일은 한 성령이 행하사 그의 뜻대로 각 사람에게 나누어 주시는 것이니라”(고전12:11)
나아가 이런 다양한 카리스마들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고 덕을 쌓아야 하는지에 대한 교훈을 말씀합니다. 유명한 몸과 지체의 비유가 나오는 대목이 바로 이곳입니다. 발, 손, 귀, 눈이 각각 자기만 잘났다고 한다면 어떻게 몸이 유지되겠느냐는 평범해 보이는, 그러나 강력한 비유의 교훈입니다. “만일 온 몸이 눈이면 듣는 곳은 어디며 온 몸이 듣는 곳이면 냄새 맡는 곳은 어디냐”(고전12:17)는 말씀은 온갖 집단적 이해로 몸살을 앓고 있는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교훈이기도 합니다.
포스트모던 다원화 사회를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 비결은 이미 성경에 밝혀져 있습니다. “우리의 아름다운 지체는 그럴 필요가 없느니라 오직 하나님이 몸을 고르게 하여 부족한 지체에게 귀중함을 더하사 몸 가운데 분쟁이 없고 여러 지체가 같이 돌보게 하셨느니라”(고전12:24-25) 정치인이나 연예인만이 카리스마를 가진 이들이 아니라는 사실도 성경에 분명히 나타나 있습니다. 우리 모두가 주님으로부터 다양한 은혜의 선물, 카리스마를 받은 사람들입니다.
“너희는 더욱 큰 은사를 사모하라 내가 또한 가장 좋은 길을 너희에게 보이리라”(고전12:31) 더욱 큰 카리스마를 사모하라! 고린도전서 12장, 은사의 장 결론입니다. 더욱 큰 카리스마를 선물받아서 우리 사회를 그리스도의 영광으로 더욱 빛내는 성도님들이 되시기를 축복합니다.
배국원 목사(침례신학대학교 총장)
[목회자칼럼] 더 큰 카리스마
입력 2015-01-27 1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