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아시안컵] “홍명보 감독님 보고 계십니까”… 무실점 전승의 ‘슈틸리케 매직’

입력 2015-01-26 20:00 수정 2015-01-26 20:09
홍명보와 울리 슈틸리케 / 국민일보 DB, 아시아축구연맹(AFC) 유튜브 채널 화면촬영

부족한 골 결정력으로 뒤집어썼던 ‘일대영’의 오명은 ‘슈틸리케 매직’으로 바뀌었다. 본선 진출 16개국 가운데 유일하게 무실점 전승을 기록하며 정상의 마지막 관문까지 성큼성큼 걸어갔다. 우리나라가 2015 호주아시안컵에서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우리나라 축구대표팀은 26일 호주 시드니 스타디움에서 열린 4강전에서 이라크를 2대 0으로 격파했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1988년 카타르 대회로부터 27년 만에 결승으로 진출했다. 아시안컵 원년인 1956년 홍콩 대회와 개최국으로 출전한 1960년 대회를 제패하고 55년 동안 탈환하지 못했던 정상은 눈앞으로 다가왔다.

2007년 동남아 4개국 대회 4강전에서 이라크를 상대로 정규시간을 득점 없이 마치고 승부차기에서 3대 4로 무릎을 꿇었던 8년 전 패배도 설욕했다. 결승전은 오는 31일 오후 6시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상대는 8강에서 ‘디펜딩 챔피언’ 일본을 무너뜨린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개최국 호주의 4강전 승자다. 우리나라와 대진표 맞은편에 있는 호주와 UAE의 4강전은 오는 27일 오후 6시 뉴캐슬 스타디움에서 열린다.

‘슈틸리케의 군데렐라’ 이정협(상주 상무)이 승부를 갈랐다. 이정협은 전반 20분 상대 페널티지역 오른쪽 외곽에서 높게 띄워 골문 앞으로 정확하게 떨어진 수비수 김진수(호펜하임)의 프리킥 패스를 머리로 밀어 넣었다. 이정협의 이번 아시안컵 두 번째 골이다. 수비수 김영권(광저우 헝다)는 후반 5분 왼발 슛으로 골문을 열어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조별리그 3차전까지 모든 경기를 1대 0으로 이겼던 우리나라는 토너먼트 라운드부터 골 가뭄을 해갈했다. 우즈베키스탄과의 8강전과 이라크와의 4강전을 모두 2대 0으로 이겼다. 지금까지 실점은 없다.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홍명보 전 감독의 부름을 받지 못했던 공격수 이정협과 조영철(카타르), 베테랑 수비수 차두리(서울), ‘슈퍼 세이브’ 골키퍼 김진현(세레소 오사카)이 무실점 전승의 주역이다.

슈틸리케 감독의 ‘신데렐라’들이 선전을 계속하면서 축구팬들의 시선은 홍 전 감독에게 돌아갔다. 브라질월드컵에서 싸운 상대들은 아시안컵 본선 진출국들보다 전력에서 크게 앞서지만 축구팬들은 숨겨진 선수들을 발굴하지 못한 홍 전 감독의 안목을 문제 삼았다.

우리나라가 결승 진출을 확정한 순간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사이트에는 “홍명보 감독님 지금 보고 계십니까” “이정협, 김진현을 월드컵으로 데려가지 않고 박주영, 정성룡을 고집한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원망이 빗발쳤다. 원망은 슈틸리케 감독을 향한 지지로 바뀌었다. 한 축구팬은 “슈틸리케 감독에게서 2002 한일월드컵 4강 진출을 일궈낸 거스 히딩크 전 감독이 보인다”고 말해 주목을 끌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