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총선 승리 시리자 “처참한 긴축 끝났다”

입력 2015-01-26 21:56
AFPBBNews=News1

25일(현지시간) 치러진 그리스 총선은 ‘재정긴축 반대’를 기치로 내건 급진좌파연합 시리자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금융위기와 재정압박으로 인한 체감경기의 수렁이 낳은 이 같은 ‘반(反)EU’ 정서는 그리스 뿐 아니라 유럽 전역으로 퍼져나가 ‘통합유럽’에 대한 지지를 빠르게 갉아먹고 있다.

알렉시스 치프라스가 이끄는 시리자는 득표율 36.4%로 안토니스 사마라스 총리의 신민당을 10% 포인트에 달하는 큰 차이로 누르고 다수당에 올랐다. 전체 300석 중 149석을 얻어 단독으로 정부를 구성할 수 있는 과반의석(151석) 확보에는 실패했지만 무난히 연립정부를 구성할 것으로 보인다. 연정 대상으로는 중도 성향의 신생정당인 포타미와 우파정당인 그리스독립당 등이 거론된다.

치프라스는 선거 후 국제통화기금(IMF), 유럽연합(EU), 유럽중앙은행(ECB)으로 구성된 채권단, 이른바 트로이카와 전(前) 정부가 구제금융 이행조건을 합의한 긴축정책을 재협상하겠다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스는 “시리자는 유로존에서 권력을 잡은 최초의 반(反)긴축 정당”이라며 ‘그렉시트’(Grexit·그리스의 유로존 탈퇴)와 채무불이행 등에 대한 우려가 유럽 각국으로 파급될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 이날 유로화 가치는 장중 11년 만에 최저치인 유로 당 1.1098달러까지 떨어져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예고된 악재’지만 시리자의 향후 행보에 따라 유로존 내 갈등이 확산될 수 있어서다.

국제금융센터 김위대 연구원은 “그리스의 불확실성과 유로존 탈퇴 우려는 ECB가 3월부터 시행할 전면적 양적완화의 부양효과를 부분적으로 제한하고 단기적으로는 시장 변동성을 키울 것”이라며 “다만 (내부견제가 작동하는) 연립정권의 특성상 유로존으로의 위기전염 가능성은 전보다 축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시리자는 긴축정책을 중단하고 EU와의 협상을 통해 외채상환을 연기해 재정을 확보하고 이를 내수진작과 기업투자 활성화에 활용한다는 청사진을 내세우고 있다. 그리스는 총부채가 3170억유로(381조9818억원)로 국내총생산의 175%에 이르고 청년실업률이 60%에 달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치프라스가 채무불이행 카드 등을 내세워 유로존의 양보를 얻어내는 ‘실용적’ 채무조정 협상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채권단 역시 여전히 취약한 그리스의 재정 상황과 유로존 내 반긴축 기조를 고려할 때 새 합의를 통해 구제금융 지속을 모색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유로존의 재정·금융 위기가 장기화됨에 따라 주요 회원국의 EU 지지율이 반토막 난 최근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주요 10개 회원국 조사 결과 2007년 52%였던 EU에 대한 지지율이 최근 8년 사이 30%대로 추락했다. 23%에 불과한 그리스는 물론이고 스페인, 이탈리아, 독일 등도 지지율은 30%대에 불과했다.

정건희 백상진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