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방송사에 소속되지 않은 탤런트나 성우들도 근로자로 봐야한다는 2심 판결이 나왔다. ‘방송연기자들은 근로자가 아닌 연예활동을 하는 자유로운 사업자’라고 봤던 1심 판결을 뒤집은 것이다.
서울고법 행정7부(수석부장판사 민중기)는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한연노)이 “연기자들을 근로자로 인정해 달라”며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6일 밝혔다. 재판부는 연기자들은 ‘자유로운 사업자’가 아니라 방송사의 지휘·감독을 받는 근로자라고 봤다. 앞서 1심은 연기자들이 연기하는 순간 외에 별다른 구속을 받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해 ‘근로자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2심은 연기자들이 근로자인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현장검증을 실시했다. 지난해 7월 KBS 드라마 ‘고양이는 있다’ 촬영 현장을 직접 찾았다. 당시 촬영에 참가한 연기자들은 미리 정해진 시간에 대본연습실에 모여 연습을 했다. 연출감독(PD)이 대본 연습에 참여해 연기 내용에 관여했다. 보통 오전에 연습을 하고 오후에 촬영을 했다. 촬영이 시작되자 현장진행자(FD)들은 연기자들에게 동선과 촬영 타이밍 등을 지시했다. 의상은 연기자들이 개별적으로 준비하지만 작품과 맞지 않을 경우 PD가 제지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현장검증 결과 “연기자들은 연기라는 형태로 ‘노동’을 하고 있다”며 “근로자로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연기자의 연기에 넓은 재량이 인정되긴 하지만, 촬영 과정에서 근로자에 준하는 수준의 지시를 받고 있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한연노는 방송사를 상대로 독자적인 단체교섭권을 인정받게 됐다.
1988년 설립된 한연노는 탤런트, 성우, 코미디언, 무술연기자 등 4400명으로 구성돼 있다. 2012년 한국방송공사와 출연료 협상을 진행하던 도중 ‘연기자들의 근로자성’이 문제가 돼 협상이 중단됐다. 한연노는 중노위가 연기자들의 근로자성을 인정하지 않자 이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법원 “방송연기자는 ‘자유로운 사업자’가 아닌 ‘근로자’”
입력 2015-01-26 1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