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연기 없는 마을 만들겠다” 한마을 주민 전체가 금연 도전

입력 2015-01-26 14:53

“담배연기 없는 마을을 만들겠습니다.”

담뱃값 인상 이후 금연 열풍이 일고 있는 가운데 충북 옥천군 이원면 대동리 마을 주민들이 ‘담배연기 없는 마을’을 선언하며 단체 금연에 도전장을 냈다.

26일 옥천군보건소에 따르면 최근 이원면 대동리 주민 16명이 단체로 금연클리닉에 등록했다. 이 마을의 흡연자는 20명이고, 나머지 4명은 이번 주 추가 등록을 앞두고 있다.

75가구 147명이 사는 이 마을은 그동안 공공장소인 마을회관 안에서도 담배를 필 만큼 흡연에 관대했던 곳이다.

마을회관이 경로당을 겸하고 있는 탓에 나이 많은 어르신들의 흡연을 제한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회관 안에서는 항상 찌든 담배냄새가 진동했고, 꽁초 등이 나뒹굴어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가 많았다.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겠다고 나선 이들은 마을의 청년회다.

이들은 담뱃값 인상을 계기로 ‘담배연기 없는 마을’을 선언하고, 전체 회원이 참여한 가운데 ‘금연운동 추진본부’도 발족했다.

마을총회에 참석해 어른신들의 동의를 구한 뒤 새로 이장이 선출되는 날에 맞춰 마을 전체를 금연지역으로 선포했다.

가게 주인의 협조를 얻어 마을 안 구판장에 있던 담배 판매대도 철거했다.

금연운동을 이끌고 있는 김근형(53)씨는 “새해가 되고, 담뱃값 인상이 겹치면서 자연스럽게 금연 분위기가 조성됐다”며 “마을회관이나 사랑방 등에도 재떨이를 모두 없애는 대신 사탕이나 음료 등 주전부리를 가져다놨다”고 말했다.

보건당국도 이들의 결심을 돕기 위해 지난 21일부터 매주 수요일 이 마을로 출장 나가 이동 금연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다. 오는 28일에는 옥천성모병원 내과 전문의를 초빙해 금연상담을 해줄 예정이다.

옥천군보건소 관계자는 “주민 스스로 금연을 선언한 만큼 한 분도 빠짐없이 금연에 성공하도록 적극 돕겠다”고 말했다.

이종구 기자 jg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