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 장애를 가진 언니를 돌봐온 20대 여성이 부담감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휴대전화 메시지에 남긴 유서에는 자신이 죽더라도 언니를 좋은 보호시설로 보내달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26일 대구 수성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4일 오전 10시쯤 대구 수성구 한 식당에 주차된 승용차에서 A씨(28·여)가 숨진 채 발견됐다. 차 안에는 번개탄을 피운 흔적이 발견됐다.
A씨가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유서에는 “할 만큼 했는데 지쳤다. 내가 죽더라도 언니는 좋은 시설보호소에 보내 달라. 장기는 다 기증하고 월세 보증금도 사회에 환원하길 바란다”라고 적혀 있었다.
A씨는 지적장애 1급인 언니(31)의 보호자 역할을 해왔다. 어릴 때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와도 소식이 끊겼다. 어린시절 할머니나 삼촌과 함께 살았던 적이 있었지만 성인이 된 뒤에는 언니를 시설에 맡기고 혼자 일을 하며 돌본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언니는 2009년부터 부산의 한 보호시설에서 지내다가 2012년 A씨와 함께 대구로 왔다. 당시 언니를 대구의 보호시설에 보호자 자격으로 입소시킨 것도 A씨다. 대구 시설에서 생활하던 언니는 정신질환 증세까지 보이는 등 상태가 더 악화 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가 언니와 함께 대구 남구 한 원룸에서 같이 산 것은 이달 초부터다. 언니가 A씨와 함께 살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언니와 같이 살기 전 A씨는 관할 주민센터를 방문해 기초생활수급자인 언니가 받을 수 있는 세제혜택 등에 대해 상담받기도 했다. 하지만 언니와 함께 생활하게 된 A씨는 숨진 채 발견되기 전인 지난 20일에도 방안에 번개탄을 피워 놓고 언니와 함께 동반 자살을 시도하는 등 위험한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조사 때문에 A씨의 언니와 대화를 나눠봤지만 자세한 내용을 들을 수 있을 정도의 지적 능력은 없었다”며 “A씨는 형편이 어려워진데다 언니의 상태까지 더 안 좋아져 큰 부담을 느꼈던 것 같다”라고 밝혔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
“너무 힘들어…언니는 더 좋은 보호시설로” 장애인 언니 돌보던 20대女 목숨 끊어
입력 2015-01-26 13:09 수정 2015-01-26 19: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