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6년 전 골수섬유증을 진단 받은 혈액암 환자이며, 2012년 7월부터 골수섬유증 환자와 가족들이 모여 정보를 공유하고 서로의 아픔을 위로하는 공간인 ‘골수섬유증 환우회’의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환우회 커뮤니티를 만들고 그 해 연말 30명밖에 되지 않은 회원들에게 골수섬유증 치료와 일상생활의 관리방법 등을 알려주고자 멘토링 자리를 마련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질환의 이름마저 생소한 질환인 골수섬유증에 대해 더 많이 알리고 외로운 투병생활로 힘들어하는 환자들의 상황을 전하기 위해 열심히 활동한 결과, 이제는 환우회가 많이 알려져 회원수도 250여명으로 많이 늘었다. 환우회 대표로서 사명감과 책임감에 힘 닿는 데까지 노력해왔지만 그만큼 어려움도 많았다. 필자의 아내는 필자의 건강을 걱정해 환우회 활동을 줄일 것을 권하지만, 회원들이 환우회 게시판에 올리는 글들을 보고 있으면 너무나 안타까운 상황이 많아 마지막까지 어떻게든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이 크다.
희귀혈액암인 골수섬유증은 그 동안 일시적으로 증상을 조절해주는 약제 외에는 마땅한 치료방법이 없어 환자들을 더 고통스럽게 했었다. 그러나 2013년초 유일한 골수섬유증 치료제인 자카비가 국내에도 들어와 환우들의 기대가 매우 컸지만, 건강보험 적용이 늦어지면서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치료를 포기하고 좌절하는 분들이 하루가 다르게 늘어갔다.
다행히 자카비의 건강보험급여는 여러 차례 진통 끝에 지난해 말 결정되었다. 그 동안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던 환자들의 고통을 덜어주고자 열심히 노력한 것에 정부와 제약사가 귀를 기울여준 것 같아 정말 반가웠다. 현재 건강보험공단에서 진행중인 약가협상이 잘 마무리되면 오는 봄에는 건강보험을 적용 받아 5% 본인부담으로 자카비 치료받을 수 있게 되었다. 제대로 된 식사도 하고, 잠도 편하게 자는 평범하지만 환자들에게는 쉽게 허락되지 않았던 일상생활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자카비의 급여를 기다리는 사이 환우회를 통해 인연을 맺은 20명의 환우가 세상을 떠난 것이 떠올라 안타깝고 가슴이 아팠지만, 이제 더 많은 환우들이 보험 급여 혜택을 받으며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큰 보람과 안도감을 느낀다.
세 번째 도전 만에 어렵게 건강보험 급여가 결정 되었지만, 아직 마음을 완전히 놓을 수는 없다. 오늘 이 시간에도 병세가 급격히 나빠져서 비싼 가격으로 자카비를 복용하고 있는 절박한 환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필자를 비롯해 오랜 시간 골수섬유증으로 고통 받아온 환자들이 간절히 기다리고 있는 만큼 정부와 제약사는 마지막까지 책임감 있는 자세로 협상에 임해 급여등재 절차를 빠르게 마무리해주었으면 한다.
다가오는 봄에는 환우회 회원들에게서 아주 오랜만에 가족들과 외식도 하고 등산도 다니며 소소한 일상생활의 즐거움을 느껴 행복하다는 소식을 들을 수 있기를 바란다. 하덕봉 골수섬유증 환우회 대표
[건강 신문고] 치료제 때문에 울고 웃는 우리에겐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입력 2015-01-26 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