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경제와 유로존의 미래가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그리스 조기총선이 25일(현지시간) 실시됐다. 급진좌파 정권의 집권이 점쳐지는 가운데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를 의미하는 ‘그렉시트(Grexit)’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유럽은 물론 전 세계의 이목이 쏠렸다.
이번 총선은 지난 해 말 의회에서 대통령 선출에 실패한 뒤 새 의회를 구성하기 위한 것으로, 지난 2012년 금융위기 직후 실시된 총선과 여러모로 닮아있다. 당시 의석 과반수를 획득한 정당이 없어 정부 구성에 난항을 겪었고 결국 2차 총선까지 치르는 악전고투 끝에 신민당 연립정권이 출범했다.
차이가 있다면 지난 총선에서 2위에 그쳤던 급진좌파연합 ‘시리자’가 여론조사 1위를 놓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시리자는 그리스 구제금융의 대외채권단인 트로이카(EU·유럽연합, IMF·국제통화기금, 그리고 ECB·유럽중앙은행)의 구제금융조건이 너무 가혹하다며 재협상을 통해 이를 완화하자고 주장해 생활고에 지친 그리스인들로부터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여론조사 공표 마지막 날인 23일 발표된 주요 여론조사 결과 시리자는 32~33.5%의 지지율로 중도우파인 여당 신민당(26~30.1%)에 3~6% 앞서 무난한 다수당 등극이 예상된다. 하지만 시리자 역시 과반 확보 득표율로 점쳐지는 36.5%에는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현지에서는 지난해 창당한 중도좌파 성향의 ‘토포타미’와 연립정부를 구성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지만 많게는 20%에 달할 것으로 보이는 부동층 표의 향방이 중요하다. 두 당이 생각보다 낮은 득표율로 연정 구성에 실패한다면 총선을 재차 치르는 2년 전의 악몽이 되풀이될 가능성도 있다.
그리스는 총선 결과에 따라 의회 의석 300석 가운데 50석을 득표율 1위 정당에 자동 할당하고 나머지 250석은 3% 이상 지지율을 얻은 정당들을 대상으로 득표율에 따라 비례 배분된다. 득표율 3% 이하 정당은 의석배분에서 제외되며 이번 선거에서 과반 확보 최소 득표율은 36.5%로 추산되고 있다.
총선에서 승리한 다수당의 총리 후보자는 15일 안에 정부 구성을 완료하고 의회 신임 투표를 통과해야 한다. 300석 전체 의원 중 과반 이상의 동의가 필요해 다수당이 과반 획득에 실패한 경우 연정 협상이 필수적이다. 연정이 성립되지 않으면 대통령 중재를 거쳐 다시 총선을 실시하게 된다.
시리자가 집권에 성공할 경우 트로이카의 중추인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이나 구제금융기관들과 긴축 철회를 놓고 한판 승부를 벌일 전망이다. 하지만 섣불리 유로존 탈퇴, 즉 그렉시트라는 극단적 결정을 강행하기는 어려울 거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 그리스 국민의 3분의2가 유로존 탈퇴를 원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기에 알렉시스 치프라스 시리자 당수도 “그렉시트는 없다”고 선을 그어왔다.
협상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그렉시트를 최후의 무기로 남겨두고 채무상환 거부 카드를 먼저 꺼내들 수도 있다. 채무상환 거부나 그렉시트 모두 유럽연합 경제체제 전반을 뒤흔들면서 동시에 세계 경제에 막대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그리스發 글로벌 태풍 불까… 급진좌파 ‘시리자’ 그리스 총선 승리 확실시
입력 2015-01-25 17: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