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둘의 모정은 죽음보다 강했다.

입력 2015-01-25 15:45
모정은 강했다. 이제 갓 22살의 모성이 5살 아이를 살리고 자신은 세상을 떠났다. 의정부 화재사건 당시 불길에서 아이를 구하고 자신은 전신 화상을 입은 채 사경을 헤매다 숨진 나미경씨.

나씨는 25일 한 줌의 재로 이 세상을 떠났으나 고인이 보여준 모성의 위대함은 깊은 울림을 낳았다. 이제 갓 다섯 살인데 혼자가 된 아이의 딱한 운명은 또 많은 어머니를 울리고 있다.

22살이면 그저 모든 게 아름답고, 모든 게 즐거운 한창 수다를 떨 나이. 그러나 미경씨는 어린 나이에 홀로 된 뒤 그 역시 10대에 한 아이의 어머니가 됐다.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아들이 유일한 버팀목이었던 미경씨다. 미경씨의 사연을 들은 많은 사람들이 도움의 손길을 자처하고 나섰다.

등학생 남매를 키우는 평범한 부부라고 자신을 소개한 시민, 목회자 가정이라고 밝혀온 한 부부 등이 입양을 진지하게 고려 중이라며 잇따라 방법을 물어왔다. 정부지역의 한 치과에서는 아동이 성인이 될 때까지 무료 진료를 해주고 싶다는 의사를 내비치도 했다. 시민들의 성금 행렬 또한 뒤따랐다.

인터넷에선 ‘고인의 명복을 빌며 아이도 씩씩하게 잘 자라기를 기원합니다’, ‘젊은 나이에도 5살 아들을 혼자 키우고 존경스럽습니다…이런 분은 정말 사셨어야 하는데’라는 등의 추모 글이 이어졌다.

특히 만 스물두 해의 짧은 생애를 마감한 나씨가 자신도 고아로 자라 미혼모로서 어렵게 아이를 키워온 사정이 알려지면서 주변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

의정부시에 따르면 아이는 우선 6개월간 현재 맡겨진 아동보호 전문기관에서 지낸다. 아이를 맡아줄 다른 가족이나 친척, 주변인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까지도 엄마의 죽음을 알지 못했던 아이는 이날 오전 보호기관의 동행 아래 빈소에 왔다 갔다. 이후에는 가정 위탁이나 다른 아동양육시설의 보호 등의 조치가 취해질 예정이다. 물론 조건이 맞는 가정의 입양도 고려될 수 있다. 부모가 사망 등으로 동의해줄 수 없는 사정인 경우에는 후견인의 동의가 필요하다.





의정부=정수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