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래원의 연기 폭발 영화에선 비열한 건달 드라마에선 냉철한 검사로 종횡무진

입력 2015-01-25 12:08
영화 '강남 1970' 김래원
드라마 '펀치' 김래원
배우 김래원(34)의 변신이 예사롭지 않다. 비열한 건달과 냉철한 검사 역을 오가면서 탈바꿈의 연기를 자유자재로 해내고 있다. 자유분방하고 낙천적이고 서글서글한 인상에 시원한 웃음으로 얼렁뚱땅 넘어가기도 하고 때로는 철없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믿음직스러운 동네 대학생 오빠 이미지를 지닌 그가 아니던가.

그를 스타 반열에 올린 드라마 ‘옥탑방 고양이’(2003)를 비롯해 영화 ‘어린 신부’에서 김래원의 모습이 그랬다. 수년 만에 영화와 드라마로 나란히 컴백한 그는 비열한 건달과 냉철한 검사라는 전혀 다른 역을 소화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 이민호와 함께 출연한 유하 감독의 영화 ‘강남 970’에서 그는 욕망을 위해 배신도 서슴지 않는 건달 백용기 역할을 맡았다.

고아원 출신으로 넝마를 주우며 생활하다 우연히 전당대회 훼방 작전에 나선 건달패에 합류해 상경한 뒤 조직의 넘버2에 오른 것도 모자라 보스의 여자를 탐하고 보스 자리를 노리는 인물이다. 돈이라면 뭐든지 하는 캐릭터로 살인도 저지르지만 이면에는 두려움과 자괴감에 벌벌 떠는 면도 없지 않다.

김래원은 최근 시사회 후 가진 간담회에서 “그동안 안 해 봤던 역할이지만 강하고 잔인한 역할을 인간적으로 잘 풀면 좋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고 용기 역을 맡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처음에는 너무 악하기만 하고 비열해 보이기만 한 것 같았는데 내면에는 아픔이 있지 않을까 고민했다”며 “내면의 괴로움을 표현하는 데 신경을 많이 썼다”고 밝혔다.

김래원의 커다란 눈망울에는 비열함과 두려움이 함께 담겼고 덕분에 한층 깊어진 눈매는 날카로워졌다. 15㎏을 감량한 몸매와 어우러져 또 다른 김래원을 만들어냈다. 애인과 섹스신도 꺼리지 않았다. 수위가 장난 아니다. 그래서 청소년관람불가다. 그동안 김래원의 순수한 이미지에 반했던 팬들이라면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연기는 연기일 뿐이다.

그런가 하면 현재 인기리에 상영 중인 드라마 ‘펀치’에서는 명석한 검사 ‘박정환’으로 나온다. 전작 드라마 ‘천일의 약속’(2011)에서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여자를 사랑하는 역할을 맡았던 김래원은 이번 작품에서는 3개월의 시한부 판정을 받은 뇌종양 환자 역을 맡았다. 이태준(조재현)을 위해 건물 난간에 매달리는 등 7년간 오른팔 역할을 했다.

하지만 박정환은 시한부 판정 이후 자신에게 등을 돌린 이태준을 총장 자리에서 끌어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죽음을 앞둔 극한의 고통 속에서도 흐트러짐 없이 일을 추진하며 복수를 진행하는 냉철한 검사지만, 자신이 떠난 뒤 남을 어머니와 혼자 딸을 키워야 하는 전 부인(김아중) 앞에서 무너지는 평범한 아들이자 남편이기도 하다.

“살고 싶다. 1년만, 아니 3개월만. 예린이(딸) 입학식 너무 가고 싶다”며 오열하는 김래원의 모습은 시청자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무슨 인생이 이러냐. 그놈들 벌주고 나도 벌 받는다. 그래야 나도 떠날 수 있다”는 절규는 그의 복수극에 공감을 더했다.

“굉장히 좋은 프로타고니스트(주인공) 역할을 많이 했는데 이미지를 전복시켰을 때 어떤 이미지를 가질 수 있을까 고민했다. 이번에 제대로 포텐(잠재력)이 터진 것 같다”고 칭찬한 유하 감독의 말대로 김래원의 연기가 폭발하고 있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