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사건 유죄 받으려면 법정에서 어린이 진술 일관성 있어야

입력 2015-01-25 11:18

아동학대에 대한 판례는 아동 진술의 일관성과 구체성에 따라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지역 법조계도 기소가 불가피한 인천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 재판에서 피해 아동들의 일관성 있는 진술이 양형을 결정할 것으로 전망했다.

25일 법원에 따르면 성추행이나 학대 등 아동 사건 재판에서는 피해자의 나이와 상관없이 진술의 신빙성이 유·무죄를 판단하는 가장 핵심적인 기준으로 제시됐다.

피해 상황에 대한 진술이 일관적이고 구체적이지 못하면 증거로 채택되지 않아 무죄가 선고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가해 교사들이 법정에서 CCTV 영상에 포착된 학대 장면 외 피해 아동의 진술에 의존해 기소된 혐의는 부인할 가능성이 커 무죄 판결도 배제할 수 없다.

법조계 관계자는 “판단력이나 기억력이 떨어지는 아동들은 질문의 의도대로 대답하는 경향이 있다”며 “경찰의 신문조서는 피고인 측 변호인이 부동의하면 증거로 채택되지 않기 때문에 아동의 법정 진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알려진 어린이 진술의 증거능력을 인정한 최초 판례는 1991년 5월에 내려진 대법원 판결이다.

당시 대법원 형사3부는 강간치상 혐의로 기소된 안모(당시 51세)씨에 대한 상고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을 최종 확정했다.

안씨는 피해자인 박모(당시 3세)양을 증인으로 심문한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자 “만 3세에 불과한 어린이는 증언능력이 없다. 증언능력이 없는 증인의 증언은 증거능력도 없다”며 항소와 상고를 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증인의 증언능력은 과거에 경험한 사실을 기억에 따라 진술할 수 있는 정신적 능력”이라며 “유아의 증언능력도 연령뿐 아니라 지적 수준에 따라 개별적이고 구체적으로 결정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해 상황을 개괄적으로 물어본 검사의 질문을 이해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형식으로 답변한 피해자의 증언은 증거능력이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이 선고는 당시까지 어린이는 법정에 증인으로 세우지 않는 것이 관례였던 점에 비춰 3세 유아의 증언능력을 인정한 이례적인 판결로 평가됐다.

이후 1999년에는 법원이 살인사건의 유일한 증인인 6세 여아의 증언을 증거능력과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 피고인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사건 당시 만 4세였던 김모양이 다른 아이들보다 정신능력이 우월한데다 구체적인 질문에 대해 일관된 증언을 하는 점에 비춰 증거능력과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반면 어린 아동의 진술이라도 구체적이지 못하거나 일관성이 떨어지면 증거에서 배척됐다.

2007년 초등학교 1학년생을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교사가 1심에서 유죄를 받았지만, 피해 아동의 진술이 경찰과 검찰 조사 등 단계별로 달라 믿을 수 없다는 이유 등으로 항소심에서는 무죄가 선고됐다.

앞서 2006년에도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13세 미만 미성년자 강간)로 기소된 20대 남성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당시 재판부는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어린이가 정신적 충격 등으로 사건 내용을 구체적으로 명확히 말할 수는 없지만 사건 장소나 범인 특정 등 근본적인 부분에서 진술이 엇갈리면 피의자를 처벌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인천=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