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해 도움 청했는데 중국 내 민박집에 묵게 하다 강제북송…법원, 국가배상 판결

입력 2015-01-25 09:52
2006년 북한을 탈출한 뒤 중국에서 한국 총영사관 보호를 받다가 강제 북송된 국군포로 일가의 남한 가족들에게 국가가 배상하라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7단독 최정인 판사는 국군포로 이강산(북에서 사망)씨의 남한 가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국가가 35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고 25일 밝혔다. 이씨는 한국전쟁에 참전했다가 포로로 잡혀 납북됐다.

2006년 이씨의 북힌 가족 3명이 탈북해 중국에 불법체류하면서 남한으로 가고 싶다는 의사를 전해왔고, 남한에 살던 이씨의 동생은 이 소식을 듣고 중국으로 건너갔다. 이씨의 동생은 그해 10월 이들의 신병을 선양 주재 한국 총영사관에 넘겼지만, 영사관 직원은 이들을 영사관이 아닌 인근 민박집에 머물게 했다.

그러던 중 다른 탈북자들이 미국 영사관에 진입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중국 공안당국이 대대적인 검문을 실시했고, 이 과정에서 이씨의 가족들도 검거돼 중국 단둥에 억류됐다가 북송됐다. 이씨의 남한 가족들은 국가가 국군포로 가족의 보호를 소홀히 했다며 소송을 냈다.

최 판사는 “국가는 국군포로 또는 그 가족이 억류지를 벗어나 귀환을 목적으로 보호와 지원을 요청할 때에는 재외공관의 장으로 하여금 바로 필요한 보호를 행하고 국내 송환을 위한 조치를 취하도록 해야 한다. 위급한 상황이었는데도 국가가 그에 상응하는 보호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안이한 신병처리와 실효성 없는 외교적 대응을 했다. 이로 인해 남한을 신뢰하고 귀환시도를 한 이씨의 북측 가족이 결국 북송되면서 남측 가족들이 정신적 고통을 입고 있음이 명백하다”고 판시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