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아시안컵 Day16] 화난 일본… “한국은 축제겠지? 앞으로 4년을 어떻게 참아”

입력 2015-01-24 02:00
혼다 게이스케 / 아시아축구연맹(AFC) 유튜브 채널 화면촬영

“북조선은 총살을 면했고, 중국은 변명이 생겼고, 한국은 축제날이다.(tam*****)”

“카가와병(病)에 걸린 일본 축구를 치료할 방법은 태평양 종단 수영뿐이다.(shh*****)”

일본 열도가 충격에 빠졌다. 2015 호주아시안컵 8강 탈락의 분노를 좀처럼 삭이지 못한 분위기다. 우리나라와 중국, 북한 등 동아시아의 이웃나라를 향해 곁눈질하며 일본 축구대표팀을 힐난했다.

일본은 23일 호주 시드니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의 8강전에서 정규시간과 연장전을 모두 포함한 120분간 1대 1로 승부를 가리지 못하고 곧바로 이어진 승부차기에서 4대 5로 졌다. 조별리그 D조에서 7득점 무실점으로 3전 전승을 질주했지만 토너먼트 라운드 첫 판인 8강에서 UAE의 일격을 맞고 주저앉았다.

‘디펜딩 챔피언’이자 최다 우승국(4회)으로 또 한 번의 우승을 노렸지만 조기 탈락의 수모를 당했다. 일본은 1992년, 2000년, 2004년, 2011년 대회에서 우승했다. 21세기 들어 가장 많은 우승 트로피를 쓸어 담고 아시아 최강으로 도약했다. 그러나 단 1승도 없이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2014 브라질월드컵에 이어 호주아시안컵까지 부진하며 하락세로 돌아섰다.

일본은 UAE에 선제골까지 빼앗겼다. UAE의 알리 맙쿠트(알 자지라)는 전반 7분 하프라인에서 페널티지역으로 길게 넘어온 공을 오른발로 때려 일본의 골문을 열었다. 일본이 이번 아시안컵에서 내준 첫 실점이었다. 일본은 파상공세를 벌였지만 UAE의 골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후반 36분 사바사키 가쿠(가시마 앤틀러스)의 동점골로 겨우 체면을 세웠다.

문제는 승부차기에서 발생했다. 연장전에서 추가골을 넣지 못하고 이어진 승부차기에서 일본의 간판스타인 혼다 게이스케(AC 밀란)와 카가와 신지(보루시아 도르트문트)는 모두 실축했다. 6번째 키커로 나선 카가와의 슛이 빗나가고, 같은 순번의 UAE 키커 이스마엘 아메드(알 아인)가 골을 넣으면서 일본은 무릎을 꿇었다.

남반구 호주에서 전해진 대표팀의 졸전 소식에 일본 열도는 발칵 뒤집어졌다. 일본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와 SNS에서는 24일 새벽까지 대표팀을 향한 비난이 쏟아졌다. 특히 필드 골은 물론 승부차기 골까지 실패한 혼다와 카가와를 향해 포화가 집중됐다. “일본 축구는 카가와병에 걸렸다.” “혼다는 아쉬운 표정을 지을 자격도 없다.” “선수들 모두 호주에서 일본까지 헤엄쳐 귀국하라.” “방송사들은 UAE에 지는 걸 보여주기 위해 금요일 밤 황금시간에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결방하고 경기 생중계를 했는가”라는 비난이 빗발쳤다.

우리나라와 비교하는 반응도 많았다. 우리나라는 전날 우즈베키스탄과 연장 접전 끝에 2대 0으로 이겨 4강으로 진출했다. 네티즌은 “어제까지만 해도 한국을 비웃었다. 진심으로 사과한다.” “분하다. 앞으로 4년간 한국의 허세를 견뎌야 한다는 점이 가장 싫다” “조별리그에서 끝난 북한은 총살을 면했고, 같은 라운드에서 탈락한 중국은 체면을 세웠고, 한국은 지금 축제하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포털사이트 야후 재팬의 뉴스 랭킹 목록에는 대표팀의 패배와 관련한 기사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번 아시안컵에 대한 관심이 낮은 듯 뉴스 랭킹에서 관련 기사를 좀처럼 발견할 수 없었던 최근 2주일과는 다른 모습이다. 일본 언론들은 “우리가 미숙했다”는 혼다의 말을 그대로 전하면서 대표팀을 질책했다.

일본을 8강에서 무릎 꿇리며 이번 아시안컵 최대 이변을 연출한 UAE는 오는 27일 뉴캐슬 스타디움에서 개최국 호주와 결승 진출권을 놓고 싸운다. 우리나라는 하루 앞선 26일 시드니 스타디움에서 이라크와 대결한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