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 침대’는 이라크였다. 상대가 골을 넣고 그라운드에 누우면 만회골을 넣어 일으켜 세우기를 반복한 이란과의 ‘침대축구’ 라이벌 매치에서 승리했다.
이라크는 23일 호주 캔버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8강전에서 정규시간을 1대 1로, 연장전을 2대 2로 비기고 곧바로 이어진 승부차기에서 7대 6으로 신승했다. 오는 26일 오후 6시 시드니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4강전으로 진출했다. 결승 진출권을 놓고 싸울 상대는 우리나라다. 우리나라에는 2007 동남아 4개국 아시안컵의 설욕전이다. 우리나라는 당시 4강에서 이라크와 득점 없이 비기고 승부차기에서 3대 4로 졌다. 이라크는 우승했다.
선제골을 넣고 주도권을 잡으면 가벼운 몸싸움에 쓰러져 통증을 호소하며 일어서지 않는 중동식 침대축구가 정면으로 충돌한 경기였다. 연장 전·후반 30분에는 4골을 주고받는 난타전이 벌어졌지만 앞선 정규시간 전·후반 90분 동안 서로의 골문을 한 번씩만 열고 지키기에 주력했다. 주심은 120분 동안 옐로카드를 8장이나 꺼냈다. 이란의 메르다드 풀라디는 2장의 옐로카드를 받고 퇴장까지 당했다. 8번째 순번까지 이어진 승부차기에서 이란의 키커 바히드 아미리의 왼발 슛이 골대를 때리고, 이라크의 키커 샬람 샤키르가 오른발 슛으로 골망을 흔들면서 3시간의 혈투는 막을 내렸다.
SNS의 축구팬들은 조롱했다. 스코어만 놓고 보면 명승부로 손색이 없지만 ‘침대축구’로 악명이 높은 두 팀의 반칙과 눈속임에 대한 지적이었다. SNS에는 “골도 많았지만 반칙은 더 많았다. 사상 최강의 ‘막장’ 경기였다” “가장 품질 좋은 침대는 이제 이라크다”는 의견이 쏟아졌다. “우리나라는 4강전에서 이라크의 침대축구에 시달리지 않기 위해서는 많은 골을 먼저 넣어야 한다”는 우려도 있었다.
중동은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이 일본과의 8강전에서 연장전까지 1대 1로 비기고 승부차기에서 5대 4로 승리하면서 4강 대진표의 절반을 채웠다. 4강전은 동아시아의 우리나라와 아시아축구연맹(AFC) 회원국 자격으로 대회를 개최한 호주가 중동의 ‘침대축구’와 대적하는 양상이 됐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호주아시안컵 Day15] “가장 품질 좋은 침대는 이라크”… 막장의 명승부
입력 2015-01-23 21: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