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이라크를 상대로 8년전 아시안컵의 아쉬움을 복수할 수 있을까.
이라크가 23일 호주 캔버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8강전에서 ‘난적’ 이란을 꺾고 한국의 준결승 상대로 결정됐다. 이라크는 연장전까지 3대 3으로 맞선 뒤 이어진 승부차기에서 7대 6으로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이라크는 8년만에 한국과 아시안컵 준결승에서 다시 만나게 됐다. 당시 승부차기 끝에 한국에 4대 3으로 승리하고 결승에 오른 이라크는 우승까지 차지하는 기염을 토한 바 있다.
이날 이라크와 이란의 경기는 역사적으로 앙숙인 두 나라의 관계를 생각할 때 일찌감치 혈전이 예고됐다. 그리고 경기 수준을 떠나 경기장의 열기와 볼거리만은 역대급 명승부가 펼쳐졌다.
전력상 강한 이란이 먼저 포문을 열었다. 이란은 전반 10분 사르다르 아즈문의 선제골로 앞서나갔다. 하지만 전반 42분 이란의 메흐마드 풀라디가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하자 이라크는 후반 수적 우위를 앞세워 공세를 펼쳤다. 그리고 후반 11분 아메드 야신의 동점골로 마침내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놓았다.
연장전은 이라크가 한 골을 넣으면 이란이 따라가는 숨 가쁜 추격전이었다. 연장 전반 3분 이라크의 유누스 마무드가 헤딩골로 경기를 뒤집었지만 연장 전반 13분 이란의 모르테자 푸랄리간지가 헤딩슛을 성공시키며 2-2가 됐다.
연장 후반전 역시 치열한 승부가 이어졌다. 이라크가 연장 후반 11분 두르감 이스마일의 천금같은 골로 재역전에 성공했다. 누구나 이라크의 승리로 끝날 것으로 생각했던 경기는 휘슬이 울리기 직전 레자 구차네자드의 기적같은 동점골로 3-3이 됐다.
승부차기까지 박빙이었다. 두 팀 모두 첫 번째 키커는 나란히 실축했지만 이후 8번째 키커까지 승부차기가 진행됐다. 이란의 바히드 아미리의 슈팅이 골 포스트를 맞고 나왔고 이라크의 살람 사키르는 침착하게 성공시키면서 기나긴 승부의 진짜 마침표를 찍었다.
이날 경기 결과는 한국에게는 최고의 시나리오대로 펼쳐졌다. 무엇보다 역대 아시안컵에서 한국의 발목을 잡았던 이란이 탈락하고 이라크가 맞대결 상대가 된 것이 행운으로 꼽힌다.
한국은 1996년 대회부터 5개 대회 연속 이란과 맞붙어 2승1무1패의 치열한 접전을 펼쳤다. 2007년 대회에서는 8강전 승부차기에서 이겼지만 공식 기록은 무승부로 남았다. 여기에 한국은 최근 이란과의 A매치에서도 3경기 연속 패배를 당한 터라 이번 대회 4강전에서 반드시 피해야할 상대로 꼽혔다. 다행히 이라크는 한국을 간접적으로 도와준 셈이 됐다.
이라크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14위로 한국(69위)보다는 한 수 아래의 팀으로 평가된다. 역대 전적에서도 6승10무2패로 앞선다. 앞서 한국이 8강전에서 연장 접전을 펼쳐 체력저하가 우려됐지만 4강전 상대가 된 이라크 역시 이란을 상대로 연장 접전도 모자라 승부차기까지 치르는 혈투를 펼치며 체력을 바닥까지 소진했다.
오히려 하루 일찍 8강전을 치른 한국이 이라크보다 체력 회복에 하루를 더 얻게 된 것도 유리한 상황이다. 더불어 이라크의 주전 미드필더인 야세르 카신은 조별리그 1차전에 이어 8강전에서 경고가 누적되면서 한국과의 4강전에 출전할 수 없다.
한국은 2007년 대회 4강전에서 연장 혈투 끝에 0대 0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3대 4로 지면서 우승 도전에 실패했다. 8년전 아쉬움을 갚아줄 절호의 기회다. 방심만 피한다면 한국은 결승전에 올라갈 가능성이 충분하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아시안컵] 한국, 이라크에 8년전 아시안컵 복수할 기회
입력 2015-01-23 2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