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이 유치원에 중복 지원할 경우 합격을 취소하기로 했던 방침을 철회했다. 졸속으로 추진한 정책 때문에 애먼 학부모들이 피해를 보고 유아교육 현장에 혼란을 초래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시교육청은 23일 “유아와 학부모에게 미칠 영향과 신학기 교육과정 정상 운영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중복지원자의 합격을 취소하지 않기로 했다”며 “당초 취소시키려 했지만 명단 파악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밝혔다.
시교육청은 지난해 11월 유치원 원아모집 방법을 가·나·다 군별 추첨제로 바꾸고 중복 지원을 금지했다. 중복 지원 사실이 드러나면 합격을 취소하겠다는 시교육청의 ‘엄포’에 학부모들이 급하게 유치원 지원을 취소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학부모들은 “국·공립유치원 부족 문제 등 근본 대책에는 미온적이면서 선착순이나 추첨제 같은 전형 방법에만 손을 대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중복 지원자 합격 취소 처분은 학부모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조치라고 반발했다. 학부모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상당수 유치원들이 중복 지원자 명단을 시교육청에 제출하지 않기로 했다.
중복 지원자를 가려내는 게 불가능해지자 중복 지원을 취소했던 학부모들이 “시교육청을 믿은 학부모는 손해를 보고 버틴 학부모만 이득을 보게 됐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교육청을 믿고 중복 지원을 취소한 학부모들을 구제할 방법은 현재로서는 없다. 이분들께는 드릴 말씀이 없다”면서 “내년도 유치원 원아모집부터는 민관이 협력해 수요자 중심으로 개선안을 도출하겠다”고 말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서울교육청, 유치원 중복지원했어도 합격 취소 철회 방침
입력 2015-01-23 16: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