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등 신병을 비관한 40대 남자와 30대 여자가 동반자살했다.
22일 오후 7시35분쯤 광주 월산로 M빌라 5층에서 동거 중인 허모(43·충북 충주시)씨와 송모(35·여)씨가 번개탄을 피워 놓고 나란히 숨져 있는 것을 허씨의 아버지(62·광주 동구 동계천로)가 발견했다. 아버지 허씨는 경찰에서 “월세가 밀려 있는데 휴대전화를 받지 않는다는 원룸 주인의 연락을 받고 찾아가보니 아들은 침대 위에서 송씨는 침대 옆 바닥에서 나란히 숨져 있었다”고 말했다.
허씨는 아들의 행방이 묘연한데다 원룸의 창문이 안쪽에서 밀폐되어 있는 게 수상해 119구급대에 신고했다. 출동한 119구급대는 원룸 화장실 창문의 창살을 뜯고 방안으로 들어가 허씨 등의 사체를 찾아냈다. 허씨가 숨진 방안에는 “가족들에게 고통만 안겨주고 떠나는 자신을 용서하지 말라”는 내용이 담긴 유서가 놓여 있었다. 경찰은 8년 전 이혼하고 특별한 직업 없이 지내온 허씨가 번개탄을 피워놓고 송씨와 동반자살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허씨가 지난해 10월부터 원룸에서 송씨와 동거생활을 꾸려온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송씨 역시 13년 전 이혼한 처지인 것으로 밝혀졌다. 송씨도 휴대전화에 “이렇게 떠날 수밖에 없어 식구들에게 미안하다”는 메모를 남겼다. 경찰은 숨진 허씨와 송씨에게 특별한 외상이 없고 방안에 타다 남은 번개탄이 놓여 있는 점으로 미뤄 이혼 등을 비관해 함께 자살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경위를 조사 중이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신병비관 동거 남녀 번개탄 피워 놓고 동반자살
입력 2015-01-23 09:48 수정 2015-01-23 15:21